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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31. 2023

두 가지 기준.. 엄격과 포용



군자는 자기를 헤아리는 기준으로는 목수가 먹줄을 놓듯이 하고, 남을 대하는 기준으로는 사공이 배를 젓듯이 한다. 스스로에게는 먹줄 같은 똑바른 기준으로 헤아리기에 천하의 기준이 될 수 있고, 남을 대할 때는 사공이 배를 젓는 것처럼 능히 너그럽게 포용해 많은 사람을 품으니 세상의 큰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 순자(荀子) / 최종엽 저 '오십에 읽는 순자'에서 인용 -




어느 오너 겸 경영자가 있었다. 그는 아주 엄격한 윤리기준을 세워놓고 회사 직원들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지키도록 하였다. 사소한 것이라도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일벌백계로 엄하게 처벌했다. 그는 만사가 깨끗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며, 군기와 기강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았다.


직원들은 일을 함에 있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업무와 관련하여 외부 사람들을 밖에서 만나려 하지 않았다. 혹시 밥 한 끼라도 얻어먹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거래처와의 업무가 회사 내에서 서류상으로만 기계적으로 반복되었다. 일이 잘못되면 직원들은 증빙서류를 내밀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하였다.


오너는 거래처에 대한 접대도 금지시켰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하라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거래처 사람들과 정서적인 유대감이나 친분관계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납품된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100% 반품되었고, 오너는 실력이 없다며 호통을 쳤다.


회사 내에서 부서 간의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조율이 잘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시급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법대로' '사규대로' '절차대로'를 따졌고, 어느 누구도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만에라도 개인이 임의로 처리했다가는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너의 사모님은 회사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소유의 고급 외제차를 타고 회사 소속의 운전기사를 부렸다. 사택을 지키는 경비원도 회사 소속이었다. 오너 조카인 회사 총무과장은 백화점에서 법인카드로 한우며 전복이며 과일이며 식료품 등을 구입하여 사택으로 실어 날랐다. 사택의 가정부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았다.


오너는 '어차피 내 회사이고 내 돈인데 뭐 어때?' 하고 생각하였다.






티브이에서 뉴스를 보았다. 정부의 모 산하기관의 고위간부가 자녀들을 특례 채용하였다고 한다. 내규 상 친인척을 채용하려면 이해관계자 신고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채용 당시 본인이 승인권자였다고 한다. 충분히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는 이른바 자녀들 스펙 쌓기 상부상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한다. 고교 내신성적 반영 및 대입 수시합격 등에 필요한 스펙을 부모들 네트워크를 통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의 자녀들은 그런 기회조차 잡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그들은 실제로 활동을 하지도 않고 버젓이 증명서를 발급받기도 하였다. 그런 지도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정도면 그 정도 특권을 누리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사실 나 정도면 그까짓 거야 특권도 아니지만!'



순자(荀子) 기원전 298년경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이천 년도 훨씬 더 지난 진짜 옛날 사람이다. 까마득한 그 시절 순자의 가르침이 오늘날 더 절실하게 와닿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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