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자기가 바라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얻으려 했던 그 뜻을 즐기고, 바라는 것을 얻은 다음에는 그것을 처리하는 것을 즐긴다. 소인은 자기가 바라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얻지 못해서 걱정하고, 바라는 것을 얻은 다음에는 그것을 잃어버릴까 걱정한다.
- 순자(荀子) / 최종엽 저 '오십에 읽는 순자'에서 인용 -
요즘 나는 틈나는 대로 단편소설을 쓰고 있다. 목표는 올해 안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단편소설책을 내는 것이다. 소설은 사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내가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하며 주로 다루었고 많은 고민을 했었던, 인사, 조직문화, 리더십 등에 관한 글을 많이 썼었다. 물론 의미 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내가 진짜로 쓰고 싶었던 건 소설이었다.
그러다 올해 우연한 기회에 한 문예지 신인작가에 응모를 하였고, 운 좋게도 당선이 되었다. 신문사 신춘문예처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활자로 인쇄된 책자에 내가 쓴 단편소설과 사진이 실리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게 되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하고 남이 물었을 때 '소설간데요.'하고 떳떳하게 말하려면, '그래 소설책 제목이 뭔데?'라는 물음에 '이은호 단편집'이라고 소설책을 냈습니다.'라고 비빌 언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소설을 쓴다. 그런데 책 내는 걸 목표로 글을 쓰다 보니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다. 주위에 사람들이 책을 내는 것을 보니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쑥쑥 잘 내는 것 같던데, 내가 직접 준비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단 소설책을 내려면 분량이 200페이지는 넘겨야 할 텐데 그걸 채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기껏 단편소설 한 개를 써봐야 이십 페이지가 채 안된다. 그래서 최소한 단편소설 열 개 정도를 예정하고 있다. 이미 브런치에 올렸던 세 개의 단편소설도 포함해서다.
지금 여덟 번째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고된 직장생활에 큰 병을 얻은 남자가 꺼져가는 희망 속에 요양차 내려간 시골마을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지난번 지인들과 떠났던 사량도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행 기회를 만들어준 지인과 그때 우연히 말을 걸어준 어떤 아주머니께 감사를 드린다.
우여곡절을 거쳐 소설책을 내더라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거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내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것을 기대한다.
옛날에 습작을 해놓았던 것을 지금 꺼내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마찬가지로 지금 쓰고 있는 것도 한참 지난 후 꺼내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것이다. 그래도 '실력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다.
어린 새의 날갯짓이 처음에는 우스울 것이다. 하지만 수백 번 수천 번의 그런 날갯짓이 없었다면 멋지게 창공을 날 수 있을까?
나는 군자이고 싶다. 소인은 싫다.
내가 내려고 하는 소설책이 인정을 못 받고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나는 그 과정을, 내가 얻으려고 했던 의미를 즐기련다. 아주 희박한 이야기겠지만, 만일 내가 낸 소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면, 더욱 정진하여 더 멋진 소설을 쓰려고 할 것이다. 아마도 장편소설이 되겠지.
그때는 사량도로 한 달 살기 내지는 일 년 살기를 하러 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