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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ul 16. 2024

홍보는 필수 방법은 선택



작품사진


딸이 사진작가를 섭외하였습니다. 네이버 가게정보에 실을 메뉴 사진을 찍기 위해서입니다. 찍어 놓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 보면 다른 곳에도 쓸 데가 생기겠죠. 작가님이 딸과 잠시 의견교환을 한 후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사진발이 잘 받는 장소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소파 앞 테이블이 선택되었습니다. 작가님 드시라고 타 드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티테이블에 올려놓고 구도를 맞춰 봅니다. 소품도 활용하네요. 책, 연필, 지우개까지. 단순히 메뉴만 찍는 게 아니라 가게의 컨셉을 고려한 설정입니다. 스스로 만족했는지 씩 미소를 짓더니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멋있습니다. 역시 프로는 프로입. 다음 차례는 조명입니다. 최대한 자연조명을 살리겠다며 실내을 껐다 켰다 하면서 뷰파인더를 통해 확인합니다. 결국 실내등은 모두 끄고 직접 챙겨 온 조명 하나만 간접조명으로 비추고 사진 촬영에 들어갑니다. 


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뭐가 시작이 카페 메뉴 전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사진 모델답게 예쁘게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커피 메뉴부터 시작입니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테  아이스, 바닐라라테  아이스, 헤이즐넛라테 핫 아이스, 연유라테 핫 아이스, 시나몬라테 핫을 연달아 만듭니다. 하나 만드는데 2~3분, 사진 찍는 데는 고작 10초입니다. 바쁩니다. 초반부터 정신없네요. 싱크대에 설거지거리도 수북하게 쌓입니다. 다음은 라테 메뉴입니다. 말차라테 핫 아이스, 초코라테 핫 아이스, 딸기라테 아이스를 헷갈려가며 우왕좌왕 만듭니다.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싱크대는 이미 꽉 차서 빈 그릇 놓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 잔을 꺼내서 자몽, 딸기, 청포도 에이드를 만듭니다. 과일청에 얼음과 탄산수가 섞이면서 색깔이 참 예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류를 만듭니다. 밀크티 핫 아이스, 유자애플티 핫 아이스 그리고 허브티입니다.  스무 가지가 훌쩍 넘네요. 그중에서 모양은 유자애플티 아이스가 최고입니다. 오늘의 포토제닉상입니다.


작가님은 카페 메뉴 말고도 가게 곳곳을 찍어주셨습니다. 홍보할 때 사용하라고 하네요. 감사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역시 다릅니다. 음료 사진을 보니까 마시고 싶은 욕구가 막 생깁니다. 그렇지 않나요?^^




인스타/블로그 리뷰


딸이 주방에 메모지를 여러 개 붙여 놓았습니다. 뭐냐고 물어보니 가게에 찾아올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가게 홍보를 위해서 인플루엔서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인스타와 블로그 운영자들입니다. 딸 이야기로는 들어가는 비용도 크지 않다고 하네요. 하루에 한두 팀 방문합니다. 드시고 싶은 음료와 저희가 준비한 디저트를 내어드립니다. 그러면 알아서 사진 찍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나 블로그에 체험리뷰를 올린다고 합니다. 홍보 수단도 참 다양하고 재밌는 세상입니다.



벌써 리뷰 몇 개가 올라왔습니다. 제가 쓰는 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젊은 사람들 감각에 맞게 쓴 글과 사진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네요. 실린 정보가 알차서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중 한 개를 소개해 볼까요?


https://m.blog.naver.com/eonny_life/223509387456



문구류 체험단


딸이 책방온실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직접 디자인한 문구류 체험단을 모집합니다. 대상은 독서노트, 독서 스티커 보드, 목공 연필입니다. 사실 저희 가게에서 집중해야 할 사업이 바로 문구류입니다. 이미 문구류 브랜드로 '세르아레브'라는 상표도 출원해 두었죠. 딸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홍보 이벤트를 하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인기가 높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신청하였다고 하네요.



총 백육십 분이 신청하였고 그중 열네 분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딸이 그럽니다.


"아빠, 신청자 중에 남자는 없다. 전부 여자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독서인구가 이십 대에서 사십 대 여자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양입니다. 남자들은 술 마시거나 친구 만나거나 게임한다고 책을 안 본다고 하네요. 안 그래도 여자들이 똑똑하고 야무진데, 큰일입니다. 책을 안 보는 남자, 공부를 안 하는 남자. 여자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남자들은 점점 뒤처지고, 우리나라의 앞날이 걱정입니다. 뭐 제가 걱정한다고 바뀔 건 없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타깃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는 더욱 명확해진 셈입니다.



딸은 자신의 인스타 계정을 통한 가게 홍보에도 열심입니다. 가게에서의 일상을 찍어 올리고, 책도 올리고, 소소한 것들을 올립니다. 덕분에 구독자도 늘고 어떤 게시물은 조회수 만을 넘은 것도 있네요. 그렇게 하다 보면 인지도가 올라가고 찾는 분도 늘어나겠죠. 아무튼 시작은 조용하지만 순조롭습니다.


재밌게 일하다 보면 성과도 나겠죠. 제가 회사 다닐 때 늘 하던 말이거든요. 과정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과정 없이 결과만을 쫓는 건 백사장에서 모래성 쌓기에 불과하다고요. 딸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상은 뒷전이고 연일 투자만 하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책방온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여학생이 저희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작은 봉투를 내미네요. 안에는 정성스럽게 쓴 쪽지와 코바늘로 직접 짠 네잎클로버가 들어있었습니다. 딸 이야기로는 매장 오픈 전에 인스타를 통하여 저희 가게에 관심을 보였던 학생이라고 합니다. 딸이 그녀가  귀한 선물 네잎클로버를 메뉴판에 붙였습니다. 연두색과 하늘색의 오동통한 귀여운 모습입니다. 왠지 가게에 행운이 몰려올 것 같습니다. 이런 선물도 받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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