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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un 21. 2022

남자의 변신은 무죄


30여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나서.. 그래도 뭔가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성급하게 시작했던 자영업을 2년 만에 접었다.

세무서에 폐업신고도 마쳤다.


이제 아침에 시간 맞추어 일어날 필요도 없고 낮동안 해야 할 정해진 일과도 없다.

'완전 해방이다~! 가게를 접기 전 꿈꿔왔던 글도 맘껏 쓰고 여행도 다니고.. 이제는 하고 싶은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지~!'


그러나 웬걸? 결과는 생각과 달리 무척 게을러지기만 했다.

글쓰기도 뜸하고 어디 여행 갈 엄두도 안 나고.. 그냥 하루하루 쉬는 날이 이어졌다.


그동안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이 무겁고 잠을 푹 잤는데도 계속 잠만 온다.

조금씩 조금씩 기상시간이 늦어지고 낮에도 침대에서 뒹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우리 집 댕댕이의 낮잠 시간도 하염없이 늘어난다.





한동안은 마냥 게으름을 부려볼 요량이다.

덕분에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TV 보는 시간이 늘었다.

예전엔 TV 홈쇼핑 채널의 식품 방송에 꽂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요즘엔 홈쇼핑 채널의 트렌드가 조금 바뀐 듯하다.

바로 '해외여행' 상품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아직은 중국이나 일본 여행은 없고 코로나19에 따른 입국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이나 동남아 여행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그나저나 해외여행을 언제 다녀왔던가?

헤아려보니 2019년에 베트남과 태국을 다녀오고 끝이다.

벌써 3년이 흘렀다. 사이에 여권 유효기간도 만료되어 버렸다.


홈쇼핑 해외여행 방송 덕에 슬슬 피어오르는 욕구를 억누르며.. 먼저 여권이나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권용 사진을 찍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회사 다닐 때 하고 싶었지만 남들 이목 때문에 하지 못했던 머리 '''눈썹 문신'이 바로 그것이다.


머리숱은 많은데 머리카락이 굵은 데다 직모로 비쭉비쭉 서서 정리가 잘 안되데 반해 눈썹은 숱이 적고 진하지 못해서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이걸 어떻게 하나..' 하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펌과 눈썹 문신을 하려고 하니 그동안 남자 이발소만 드나들던 60이 된 남자가 미용실을 간다는 게 여간 쑥스럽지가 않아 아내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가 적극 나서서 잘하는 곳을 알아봐 주고 두 곳 모두 동행해서 코치도 해주어 무난하게 끝낼 수 있었다.


펌이랑 눈썹 문신을 한 모습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낯설고 어색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서 조금씩 눈에 익고 자연스럽게 보였다.

주위 사람들도 인상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한결 젊어 보인다는 평이다.


그렇게 원하던 변신(?)을 하고 드디어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았다.





요즘엔 그동안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컨디션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랜 직장생활 동안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허리가 좋아져 십 년 전부터 헬스장에 꾸준히 다녔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헬스장에 발을 끊었다.

안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 근력이 떨어지는데 몇 년간 변변한 운동조차도 하지 않았더니 최근에는 평소에 힘이 많이 달리는 걸 실감하는 중이다.


마침 아파트 단지 내에 간이 헬스장이 있어서 가능하면 매일 들러 근력 운동을 하고.. 집 앞 하천변의 산책로를 따라 걷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여행을 다니려면 체력이 따라주어야 하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외모에 신경 쓰고 외모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젊었을 때야 젊음 자체가 아름답고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외모도 추해지고 활력도 떨어지므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해도 최소한 외면받지는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남자의 변신은.. 나이 든 자들의 변신은 무죄이다'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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