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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pr 13. 2018

진달래가 피어나니 제대로 봄이다.

원미산 진달래 동산







오후에 잠깐 시간이 생겨서

요걸 어찌 쓸까 하다가 가까운 원미산 가는 버스에 탑승.

서울에서 멀지 않은 부천에 갖가지 봄꽃축제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진달래가 한창이겠다 생각하며 버스에서 내리니

진달래 동산을 향하는 길에 꽃놀이 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노닐던 꽃그늘 아래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부천종합운동장이 내려다 보이는 꼭대기엔 오르지않고

산 아래서 서성이다가,
산 중턱에서 잠깐 왔다갔다 몇 컷 담고 얼른 돌아 나왔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봄을 상징하던 옛날 옛적이 있었다. 

역시 지금도 진달래가 피어나니 제대로 봄이다.

바야흐로 꽃멀미의 시작이다.


진달래

피천득

겨울에 오셨다가
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
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 맞고 오르던 산에
진달래가 피었소



진달래 동산 입구에 부천종합운동장이 있다. 그리고 산 꼭대기에 올라서면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몇 년 전의 폴더에서 꺼냈다.



진달래

박남준


그대 이 봄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 못내 기다리다 

그대 오실 길 끝에 서서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뚝뚝 떨군 눈물꽃 

그 수줍음 붉던 사랑

  


진달래  

강은교 


나는 한 방울 눈물
그대 몰래 쏟아 버린 눈물 중의
가장 진홍빛 슬픔
땅 속 깊이 깊이 스몄다가
사월에 다시 일어섰네

나는 누구신가 버린 피 한 점
이 강물 저 강물 바닥에 누워
바람에 사철 씻기고 씻기다
그 옛적 하늘 냄새
햇빛 냄새에 눈떴네

달래 달래 진달래
온 산천에 활짝 진달래
   



진 달 래

조병화


날더러 어찌하라고

난 어찌하라고

진달래는 저렇게 연분홍으로 

확, 피어나는가

바람에 파르르 떨며

이른 봄빛에 사르르 알몸을 떨며

무거웠던 그 겨울을 활활 벗어버리고

연분홍 연한 맨살로 

만천하에 활짝 헌신하는 이 희열

아, 난 어찌하라고      

날더러는 어찌하라고  



진달래 술    

이외수      


생각납니다 
폐병 앓던 젊은 날에는 양지바른 산비탈 
각혈한 자리마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었지요 

지금은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부질없는 욕망은 다 버렸지만 
아직도 각혈같은 사랑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술 한잔 주시겠습니까
  



진달래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어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눕는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진달래

위선환


해의, 光球 온도는 6000 ℃ 안팎. 사람에게 닿으면 36 안팎이 된다 이빨들이 맞부딪치는 한기가 됐다가 손바닥으로 덮으면 따뜻해지는 관계다.

지표면에 닿은 햇살은 O℃ 안팎이 된다 얼거나 녹거나 진창이 됐다가 마르면 발등이 따뜻해지는 관계다.

어제부터 날씨가 풀리는가 했더니 땅과 사람이 골고루 따뜻하다 따뜻한 것들의 관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저기에는 반드시 진달래가 피어 있다.



진달래 화전을 기억하다 

전정아


앞산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꽃봉오리마다 불씨가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성냥을 확 그은 듯 꽃망울이 탁탁 터진다
나는 상비약처럼 보관하고 있던
녹빛 프라이팬을 꺼낸다
기꺼이 화로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진달래와 나 사이에 흐르는 기름  
우리는 끈적끈적했던 날들을 프라이팬에 붓는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산 하나, 마을 하나가 향기 주머니를 푼다
꽃술마다 점점이 박혀 있는 흑점 같은 기억들
앞으로 철썩 
뒤로 처얼썩
뒤집기를 반복한다
내가, 산이, 작은 동네가
퍼져 나오는 향기에 노릇하게 익어간다

반죽 위로 편편하게 꽃잎을 띄운다
곧 구순기의 몸을 더듬거릴 진달래 화전
딱! 이만큼만 하겠다
기억이 너무 뜨거워졌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강태승

   

진달래 개나리 목련...

치마도 없이 발정 난 것들이다

부끄러움은 아예 저당 잡힌 것들이다

햇빛 잘 드는 곳부터 고쟁이를 벗더니

옆집 담장 개나리는 밤새 홀라당 벗었다

사람들은 마취제에 쏘인 듯

덩달아 밤새 그 밑 서성인다

오히려 그것들에 붙잡혀 

그 짓들을 구경하도록 묶이는가 하면

아예 관광버스에서도 발광하게 한다

계집애 팬티를 걸어 놓은 것 같은 진달래

열여섯 여학생들의 부라자 훔쳐

가지마다 제 것인 양 걸어버린 목련

산수유도 알몸이라고 슬쩍슬쩍 한몫 거든다

냉이꽃은 얌전한척 밭둑에서 간들거리고

복수초는 얼음을 밀고 속살을

식히고 있다 묘하게 교묘한

이것들을 삼강오륜으로 치려는데

바지 속으로 찬바람이 한주먹 훑자

금세 쪼그라드는 불알,

어쩌면 내 불알도 그렇게

피고 싶은지 밤새 꼼지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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