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공원의 초봄
봄인 줄 알았더니
초록은 아직 더디다.
머잖아 다가올 봄 세상을 위해 햇살은 눈부시다.
그 옛날 공군사관학교 자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보라매 공원답게
비행기가 날아갈 듯 날개를 펼치고 있다.
봄이다.
곧
봄이 펼쳐질 것이다.
봄 일기
이해인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
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 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의 근심 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언제나 신선한 설렘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비치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 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
기러기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