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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16. 2019

네겐 친구가 있(었)는 걸~

You've got a friend, 정말 고마웠어..







친구의 49제에 다녀왔다.

당일에 갈 수는 있었지만 그러진 못했다. 친구를 떠나보내고 나서도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생각만 하면 내내 우울했다. 날짜 딱 맞추어 49제에 간다면 친구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 영 가기가 싫었다. 내키지 않아서 주춤거리다가 며칠 더 지나서 함께 친했던 친구와 추모공원엘 갔다.

.

.

어느 날 며칠씩 통화가 되지 않아 답답했었다.

그러다가 받은 전화 목소리가 너무 나지막해서 "뭔 일이야, 빨리 말해" 다그쳤더니 망설이다가 "너한테는 말 안 할 수 없을 것 같어서..." 하면서 뇌종양으로 입원 중이라는 말을 듣고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괜찮아, 검사 다 받았어, 이제 치료하면 된대" 그랬었는데 치료와 항암을 함께 하면서 수술 후 긴 병원생활을 하며 고통의 나날을 잘 인내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생각했었다.


함께 자주 만나던 4~5명의 대학 동창들 중에서도 나와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인연으로 더 오랫동안 쭉 이어져온 특별한 친구였다. 가장 많은 추억을 서로 지닌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그녀의 엄마나 동생들과 아이들, 우리 언니나 내 아이들까지 서로 공유하는 가족 같은 관계다. 필요할 땐 각자 집안의 개인정보까지 의심의 여지없이 즉시 보내주기도 했다.


넓은 마음만큼 뭐든 퍼주고 나누는 사람이었다. 한 번도 누구에게든 불편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처럼 바르고 인성 좋은 사람은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마냥 선하고 이쁜 그녀는 생각도 똑 부러져서 너무나 아름답게 잘 살아온 인생이었음을 나는 안다.


한 번은 병원으로 병문안 가서 수다 중에 "얼른 일어나, 너 이러고 있어서 나 심심해. 같이 인사동 갔던 게 언제냐고. 빨리 같이 가 보자 응?" 그랬더니 친구는 정말로 미안해하면서 " 그래, 그럴게..." 천사 같은 그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나를 만나면 안경을 벗겨서 손자국 묻은 안경알을 반짝반짝 투명하게 닦아주곤 했는데, 만날 때마다 직접 담근 효소 한 병을 들고 나오거나 친정에서 받아온 태양초 고춧가루를, 여행 중에 사 온 초콜릿을... 사소한 무엇이든 무한히 나누던 혈육 같은 친구, 나를 위해 기뻐하거나 위로하는 건 오직 그녀만큼은 진심이었던 내 친구.


그녀의 영정사진이 너무나 이뻐서 슬펐던 날, 그 날 이후 친구 이야기를 입에 올리기가 싫었다. 그 전에는 "나 오늘은 친구 보러 병원 갈 거야." 했었다. 그 후 이젠 "내 친구 먼 길 떠났어" 이 말을 입에 담기가 영 싫어서 얼버무리거나 입을 다물곤 했다.


요즘도 거리를 지나다가 밥을 하다가 창 밖을 바라보다가 친구 생각이 나면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 너는 내 노후야, 우리 노후에 같이 잘 놀아보자" 했었는데 그녀는 떠났고 앞으로의 내 노후가 텅 빈듯하다. 생각할수록 속상하고 울컥한다. 노후 일  뿐 아니라 내 든든한 배경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었다. 노무현이 대통령 감(깜)이 되겠나 했을 때 감이 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내게는 문재인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문재인을 내 친구로 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던 연설을 기억한다. 그녀는 내 자부심이었다. 내겐 행운이었던 친구, 그녀를 생각하면 기분 좋고 안심하고 행복했던 세월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없다고 다가올 내 노후가 허전해졌다고 너무 일찍 날 두고 먼저 가버렸다고 이렇게 원망한다. 친구 참 형편없다. 이토록 자기 생각만 하는 왕싸가지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암 진단을 받은 엄마를 보며 엄마가 없다면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리고 내 남자 친구랑은 어떡하나... 부모가 잘 못 되어도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자기 자신이었음을 그제야 반성하며 스스로 따귀를 철썩철썩 연달아 세차게 때리는 장면이 있다.


따귀를 맞고 곤장을 맞는다 해도 그럼에도 난 날마다 억울하고 아깝고 안타깝고 아쉽다.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네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네가 꼭 있어야 하는데...


지금도 만나면 아마 또 이럴 것 같다. "너 안경 벗어 이리 줘 봐"

얼룩이 지워진 맑고 깨끗해진 안경을 건네주던 그녀가 그립다. 미치게 그립다.






https://youtu.be/eAR_Ff5A8RkCarole King - You've Got a Friend (Audio)

you've got a friend - Kindred Spirits

당신에겐 친구가 있어요 


when your down and troubled

and you need a helping hand

and nothing, whoa nothing is going right

close your eyes and think of me

and soon I will be there

to brighten up even your darkest nights

you just call out my name,

and you know whereever I am

i'll come running, oh yeah baby

to see you again

winter, spring, summer,or fall,

all you have to do is call

and i'll be there,yes, i'll be there

you've got a friend

hey, ain't it good to know that you've

got a friend?

people can be so cold

they'll hurt you and desert you

well they'll take your soul if you let them

oh yeah, but don't you let them

you just call out my name and you know wherever I am

know wherever I am

I'll came running to see you again

winter spring summer or fall

all you've got to do is call

and i'll be there, yes I will

and i'll be there, yes I will

and i'll be there, yes I will

you've got a friend.


https://brunch.co.kr/@hsleey0yb/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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