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텃밭의 즐거움
백신을 모조리 다 맞아도 여전히 마음 놓을 수 없는 세상이다.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중에 무엇이 있는지 서로 방법들을 찾는다. 일상에서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도심 속에서 식물의 성장이나 자연과 접하는 것을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의 생활환경 속에서 자연친화적인 여가문화로 농작물을 가꾸어 보는 것이 다만 생각만으로 그칠 일만은 아니다. 어느 기사에서 보니 텃밭식물 가꾸기 등 일명 '치유 농업' 프로그램 진행으로 우울감이 호전되고 여러 가지 기능이 회복되었다고 했다.
지난봄, 내가 사는 지역의 구에서는 친환경 원목 상자 텃밭 분양 신청을 온라인으로 접수받았다. 그리고 구청 홈페이지 예약 포털 인터넷 신청을 통해 전산 무작위 추첨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 선정자들은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상자텃밭 일체를 배부받게 되는 방식이었다.
집안 귀퉁이에서 초보자도 간단히 집에서 도시농업을 집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선정자들에겐 목재 상자, 토양 40L, 적상추와 청상추 각 4주씩 1가구 1세트 구성으로 각각 배송되었다. 배부된 상자 텃밭 재료를 안내문에 따라 잘 심어서 자라는 모습을 날마다 들여다보는 재미는 힐링을 준다. 실내에서 푸릇푸릇한 식물이 함께 하는 것은 관상용으로도 흐뭇하고 적으나마 직접 키운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이제 가을이 가고 곧 겨울이다. 상자 텃밭에 다시 한번 상추 모종을 심거나 아니면 대파나 허브를 심어볼까 생각 중이다. 누군가 새싹채소 씨앗을 건네기도 했다. 실내에서 조금씩 텃밭을 가꾸며 소중한 생명을 예쁘게 잘 키워내는 즐거움을 알아간다. 상자 텃밭에서 새싹을 틔우며 또 다른 이모작을 꿈꾼다.
“식물은 맑은 공기를 생산하고 인간의 밥이 되어주고 집이나 가구가 되어 주고 사람에게 안식과 평화를 준다. 삶의 토대가 되어주고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한다. 식물은 동물과 세상의 생명이다.”
-차옥혜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