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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May 20. 2024

오래된 시간 속에서 얻는 힐링, 원주

- 호젓하게 강원도 하루 여행



 



 

원주 하면 치악산이 생각난다. 근래에는 뮤지엄 산이 있는 간현 관광단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번엔 사람들이 덜 몰려드는 곳으로 차분히 발걸음 해보려 한다. 


먼저 원주 시내에서 천천히 둘러보고 한적한 근교로 나가보는 여행이다. 시내 복판에 조선 시대 강원도 지방 행정 중심지로 500년 동안 업무를 수행했던 강원감영과 조용히 둘러보기 안성맞춤인 박경리 문학공원에 든다. 전통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 가볍게 먹고, 용소막 성당으로도 훌쩍 나가본다. 성당 근처 들판을 달려 이제는 근대 문화유산으로 남은 폐역의 고즈넉함을 듬뿍 누리는 원주의 봄날 하루다.



-도심 속 역사 문화, 강원감영 
원주는 서울이나 수도권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강원도 여행지이기도 하다. 출발지에 따라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으로 해결되는 거리다. 원주 시내 도착하면 바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강원감영은 시내 중심에 있어 업무 차 방문한 사람도 잠깐 들러볼 수 있는 역사 유적이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문화유적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묘한 어울림을 준다. 첫 번째 출입문 포영루는 거리를 걷다가 감영으로 발걸음을 돌려도 자연스러운 도심 거리 옆에 있는 누각이다. 누각 위에 올라 두루 정사를 살피는 관찰사를 상상해 본다.   


안으로 들면 담장 아래로 관원의 공덕을 기리는 선정비들이 늘어섰다. 넓은 감영 마당을 두고 몇 개 건물이 에워싸듯 자리 잡고 있다. 중삼문과 내삼문을 지나 나타나는 감영의 중심 건물인 선화당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오래전 시간 속에 담겨보아도 좋다. 당시 강원도 관찰사의 집무실이다. 강원 감영의 선화당은 현존하는 유일한 관찰사라고 한다. 마침 원주시에서는 원도심 관광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중 한복 체험관을 운영한다. 한복을 입고 선화당 안을 오가는 사람들이 봄볕에 화사하다. 
 
 

선화당 옆의 행각 사료실은 강원 감영과 원주의 역사 관련 자료들이 빼곡하다. 감영의 역사적 배경과 그곳을 오가며 일하던 사람들과 풍경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시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날이야기를 보는 듯 재미있다.


옆으로 긴 담장 한 편의 일각문을 통해 건너가면 나타나는 후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이다. 연못가에 늘어진 수백 년 나이 먹은 느티나무가 함께 한다. 후원의 연못 위 정자와 누각은 손님 접대와 연회 장소로 사용되었던 곳답게 운치 있고 아름답다. 곡선의 아치형 다리 밑으로는 뱃놀이도 즐겼다 하니 옛사람들의 풍류도 엿보인다. 한낮의 산책이나 한복 체험을 통해 이색데이트의 즐거움을 경험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일몰 후 야경을 위한 멋진 조명도 경험해 볼 수 있다.



-작가의 숨결 읽기, 박경리 문학공원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오랜 시간을 보냈던 곳이 원주였다. 원주시 토지 1길에는 박경리 선생을 기리는 문학공원이 있다. 박경리 작가의 옛집을 품고 있어서 문학적 향기가 담긴 공원이다. 넓은 편은 아니지만 작가를 생각하며 둘러보면서 잔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박경리 선생님이 오랜 시간을 거주하며 집필하던 장소로 마음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소박하게 조성된 공원에는 '평사리 마당', '홍이 동산', '용두 벌레길'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테마 공원이 가벼운 산책길로도 좋다. 몇 걸음마다 세워져 있는 푯말에 그려진 작가의 모습과 그분의 시를 읽으면서 걷다 보면 저절로 차분해진다. 공원 안에 문학작품을 콘셉트로 한 북카페 '서희'는 요즘 떠오르는 핫플이다.


테마공원 아래로는 작가가 말년을 보낸 옛집과 뜰이 나온다. 뜰 앞 돌 벤치에 걸터앉은 박경리 선생 동상이 푸근하다. 너른 잔디밭 옆의 작은 연못은 박경리 선생이 손자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꽃이 막 피어나기 전이었지만 화사한 봄꽃과 나무들이 푸릇푸릇한 여름이 지나 가을과 겨울, 계절마다 차분히 작가의 흔적을 느껴보는 시간이 될 듯하다. 실내 전시실은 해설사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집필실에는 작가의 생활하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었고 집중 조명한 작품 토지와 박경리 선생의 문학 역사를 알 수 있는 문학 공간이다. 


 

-원주 신림(神林)의 용소막 성당

여행 중 한 군데쯤 힐링 포인트를 생각한다면 사찰이나 성지 방문이 있다. 원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외따로이 서 있는 용소막 성당은 언덕 위 느티나무에 에워싸인 채 고즈넉하다. 강원도에서 횡성의 풍수원 성당, 원주 성당(현 원동 주교좌) 다음으로 세 번째로 설립된 용소막 성당은 ‘신들의 숲’이라는 신림면(神林面)에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의 유형문화재 106호 지정되었다.


입구의 생가터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에서 이곳이 ‘라우렌시오’ 선종완 신부님(1915~1976)이 태어난 곳이며 성직자로서 일생을 간략하게나마 읽어본다. 용소막 성당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전통적인 성당의 풍모가 마음을 끌기도 하지만 사제로서의 선종완 신부가 뿌려놓은 신앙 이야기를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흐뭇하다.    


 

선종완 신부 유물관에 들면 담당 수녀님의 안내를 받으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능하면 성직자이면서 성서학자의 삶을 귀담아들어 보는 시간도 추천한다. 우리나라 신구약 성경을 한글로 옮긴 분이 선종완 신부님이다. 고고학·히브리어·그리스어에 능통하며 성경대로 생각하고 성경대로 실천하는 학력 제한 없는 수녀회도 설립하신 분이기도 하다. 청빈에 대해서는 '하느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고 늘 겸손하기를 강조했다고 전한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뾰족한 첨탑을 향해서 다가간 성당을 둘러보면서 마음속에서 내보내지 못한 사소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150년 자리를 지켜낸 다섯 그루의 느티나무가 곧 푸르러질 것이다. 오래된 성당의 아름다움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이 가슴을 울리는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힐링을 얻었다면 행복한 하루 아닌가.



-시간이 멈춰 선 폐역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고 오가는 사람도 드문 폐역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 폐역 이전의 영화로움의 기억과 추억들, 폐역에 스민 무수한 이야기들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다. 원주 깊은 산속의 반곡역과 작은 규모의 아담하고 정겨운 중앙선의 간이역인 신림역도 부근을 지나는 길이라면 들러봄 직하다. 



-여행길의 마지막 코스, 원주 중앙시장 

원주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시장이 많다. 60년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지역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내를 돌아보며 언제든 어느 시장이든 들를 수 있는 위치여서 장보기도 하면서 시장통의 군것질하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요즘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알려진 착한 칼국수와 팥죽은 5,000~7,000원이라는 가성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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