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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Dec 09. 2019

나는 '미운오리새끼'가 아니라 '백조'였다.


미운오리새끼 by 안데르센

유난히 큰 알에서 태어난 새끼 오리는 보통의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주변 오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처음에는 어미 오리가 다독여주지만, 나중엔 어미 오리마저 새끼 오리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탄한다.

이에 상처를 받은 새끼 오리는 집을 떠나고, 어느 마음씨 좋은 할머니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고양이와 닭의 괴롭힘에 못이겨 새끼 오리는 결국 또 도망쳐 나온다.

춥고 외로웠던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어느 날 우연히 새끼 오리는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못생긴 오리인줄만 알았던 새끼 오리는 다름 아닌 아름다운 백조였던 것이다.

이후, 미운 오리새끼는 백조 무리 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다니며 행복하게 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운오리새끼 동화 속 이야기이다.

나는 나를 '미운오리새끼'로 스스로 믿고 살았다.

나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어릴 때부터 유독 키가 컸었고, 예민하고,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았다.

그런 나를 그 어느 누구도 백조의 자질로 봐주기보다 미운오리새끼로 대해주었다.

그런 나를 내 부모조차도 백조가 아닌 미운오리새끼로 바라봐주었다.

아이를 낳고 육아서를 읽다보니 모든 아이들은 무한계인간으로써 백조라고 하였다.

그러한 내용들을 읽어가면서 문뜬 자 자신에게 의문을 품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백조로 태어난다면 나는?? 나도 백조이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육아서를 보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전 처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인지, 원래의 나를 나라도 찾아주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

원래의 나를 나라도 찾아주기 위해 책을 읽고, 나에 대한 글을 써내려가면서 일생 처음 '나 빠순이'시간을 가졌다.

타인보다 나를 더 사랑하려 애썼고, 타인의 관심사보다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 찾으려 애썼고, 타인을 사랑해주기보다 내가 나를 더 사랑해주려 애썼다.

모든 시간,에너지,돈을 나 자신을 찾는 동안이라도 타인이 아닌 나를 우선시해서 사용하기로 선택했다.

나는 그러한 시간을 갖기 위해 다른 전업주부와는 다른 행보를 걸으면서 '동네자발적 왕따엄마' 생활을 자처했다.

나는 그렇게 내가 죽기 전에 원래 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나는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나만의 강점을 무엇인지..


단무지정신으로(단순,무식,지속) 끝없이 나에 대해 탐구했다.


나는 나 스스로 미운오리새끼라고 믿고살았던 30여년의 시간에 대해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싶었다.

내가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알고싶어지면서 신기하게도 내가 백조임을 비춰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동안 눈을 감고 살았기에 안보였던 것들이 역시 찾고자 눈을 뜨면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7년 학원강사 경력동안 단 한번도 주변에서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설명을 논리 정연하게 잘한다"
"언변 good!"
"설명이 귀에 쏙쏙 박히게 잘한다"


처음 이러한 말들을 들었을 때 나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에이..설마..'하며 그냥 립서비스, 과장된 칭찬으로만 생각해왔다.

얼마전 2번째 푸름이교육연구소 경기남부방 독서모임을 간 날 나는 3분에게서 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첫번째분께서 "앨리스님 목소리 너무 좋으세요.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세요"라고 하셨고, 두번째 분께서는 내가 말하고 있는 와중 "앨리스님 목소리 너무 좋아요. 이야기가 귀에 쏙쏙 박혀요~"해주셨다.


그리고 그날 푸름이교육연구소 경기남부장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다시 한번 나를 비춰주셨다.


앨리스님. 정말 목소리 너무 좋으세요. 그 목소리가 나중에 꼭 쓸모가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다른 3번째 분께서 공감의 말씀을 해주셨다.

같은날 3분께서 같은 말씀으로 나를 비춰주신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는 아닐까? "
"나에게 정말 이런 재능이?!"



아이를 잘키우고 싶어서, 내 아이가 어떠한 아이인지 알고 싶어서, 내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찾아주고 싶어서 책을 읽었었다.


그런 의도로 읽던 책으로 30여년동안 그 어느누구도 비춰주지 않고, 찾아주지 않은 나의 재능을 이제서라도 알아간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읽었던 책들로 나는 나를 다시 키우고 있는 중이다.

아이를 위해 읽었던 책들로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고, 내가 나의 재능을 찾을 노력도 할 수 있었다.

살기 위해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지 횟수 4년차가 지나가는 2019년 12월 겨울 ..

나는 주변에서 비춰주는 나의 재능과 강점을 이제서 스스로 믿을 힘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부인하지 않는다.

김미경강사님께서도 예전에 나를 아는 사람보다 현재의 나를 아는 사람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지난 4년동안 혼자 외롭고 막막한 길을 선택해오면서 부단히 애써왔던 지난 시간들로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

누군가 현재의 나의 모습을 비춰준다면 나는 이제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받아들일 것이다.

내가 백조라는 사실을 이제서라도 알았기에 나는 나의 존재의 힘을 믿고 이제 백조의 삶으로 훨훨 날개짓을 할 것이다.

2020년의 나의 삶은 백조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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