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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Aug 12. 2023

사람들이 보는 나&내가 보는 나

불일치의 삶 속에서

24년 된 친한 친구들을 서울까지 만나고 온 여파로 몸상태가 메롱이다. 늙어서 그런가 회복력이 더디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이럴 때 극도로 바닥까지 내려갈 텐데 요즘엔 서서히 내려감을 느낀다.

빠르게 내려가면 너무 깊이 내려가 올라오기가 쉽지 않지만  천천히 내려가면 금방 올라올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우울증의 경도를 바다의 심도로 표현하곤 하는데, 저 깊은 곳에 있으면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좋은 사람들(책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은 곳(서점)에 가서 (책) 쇼핑을 좀 하면 바다 물 밖으로 조금 얼굴이 올라온다.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너 우울증 아니지? 그냥 쉬려고 뻥친 건지?"

헉.

"... 그럼 진단서를 어찌 발급받았겠니;;그럼 공문서 위조야..."

"나는 진단서도 뻥인 줄 알았지. SNS 보면 너무 행복해 보이던데?!"

"... 가면우울증이란 것도 있어...(급비굴 해진다;;;)"


그래도 친한 친구라 상처받지 않았다. 그녀가 나쁜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진짜 순수 그 자체라 대놓고 이야기한 거다. 하지만 친구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은 내 SNS를 보며 충분히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울고 우울하고 슬픈 사진만 올리고 싶지는 않은데... 어쩔;;


두 번째 친한 친구가 말했다.(이날 우리는 저녁 6시에 만나 새벽 6시까지 12시간 동안 정말 술 안 먹고 말만 했다.)

"네 첫 책은 너무 정제된 것 같아. 진짜 네 모습을 보여줘"

"나름 보여준 건데... 얼마나? 뭐 벗기라도 해야 함?!(농담)"

"내가 생각하는 넌 정말 파격적이고 솔직한 입담에 진짜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졌거든. 그걸 써봐."

"음... 그래... 가명으로 써볼게."


24년을 만나왔으니 나를 잘 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모른다고도 할 수 있다.

부모조차도 내 상황을 잘 모른다.

내가 지금 어떤 병인줄도 모르는데 말이다.(내가 말을 안 한 이유도 있지만)


그래. 나 자신만 나를 잘 알면 되지.

다른 이들이 나를 어느 정도 아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내가 어쩔 땐 너무 연기를 잘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퇴직하고 중년 아니 노년 연기자가 돼야 하나?!


덧. 어쨌거나 저쨌거나 변함없는 것 하나는 책방 가면 행복해진다는 것. 오늘 좋아하는 책방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나. 커피도 남이 타주는 커피가 맛있다지. 서점도 남의 서점가는 것이 더 좋다.(현제 제주에서 월간서점 보조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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