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에 쌈채소를 곁들여 마늘지와 함께 우걱거리며 먹었다. 김주환 교수님 유튜브 강의를 보면서.
"감정은 몸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으로 조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정신이 퍼뜩 들었다.
괜찮다, 괜찮다 평생 생각해 봐야 괜찮지 않다.
나가야 한다!
힘겨운 몸을 이끌고 주섬주섬 책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서 나왔다.
우선 이번주 수요일에 있을 강원국 작가님의 북토크에 관련된 책을 사러 대형서점에 들렀다.(작년에 출간된 책이라 작은 책방에는 재고가 없었다.)
만날 동네책방들만 가보다 대형서점에 가니(물론 서울의 교보문고 수준은 아니 되지만) 신기했다.
한참을 구경하다, 또 뱃속이 꿀렁꿀렁하여(도서관이나 책방만 가면 기분이 좋아 날뛰는 나의 대장) 화장실도 들렀다 다시 책삼매경에 빠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하구나, 너란 사람.
그리고 집에 가기 아쉬워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달다구리 한 연유토스트와 하우스 블렌드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오물거리며 서평단 책을 읽었다.
재밌다.
행복하다.
집구석에 박혀서 밀린 빨래를 돌리고 개키느라 일요일 오후를 보냈으면 어쩔뻔했냐 말이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온 내 몸뚱이를 칭찬했다.
자, 이제 들어가서 오늘은 12시 전에 자자.
오늘 읽은 책에서 쇼펜하우어가 잘 자야 한다고 했으니.
반성은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만한 건수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뭘 해도 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인간은 무턱대고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한다. 그럴 바에야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도박도, 기도도, 명상도 도움이 안 된다. 여행도 도움이 안 되고, 술을 먹어봐야 자기혐오만 짙어질 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혐오스러운 오늘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나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