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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Nov 23. 2023

운동 꼭 해야 하나요?

숨쉬기 운동만 하던 내가

앉아 있을 수 있으면 앉아 있고, 누울 수 있으면 누워야 하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만 40여 년 하다, 최근에는 글을 쓰며 손가락 운동까지 더해졌다. 대근육보다 소근육을 쓰는 게 창의적인 일에는 좋다며 위안했다. 하지만 점점 근육이 소실되어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기운이 달리니 더 몸에 좋은 걸 먹어줘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삼계탕에 삼겹살, 오리로스, 장어 등 보양음식을 찾아다녔다. 먹고 나면 잠시 반짝 힘이 나는 것 같지만 이내 더 가라앉는 몸뚱이.


나름 재작년 여름에는 미친 척 수영도 시작했다.

물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는데 한 달 만에 설렘으로 바뀌었다.

해녀처럼 잠수를 하며 실내수영장 바닥에 동전이라도 떨어진 것이 있나 찾는 잠영은 나름 재미있었다.

6개월이 넘었을 때 입술에 수포가 나고 중이염이 생기다 11월이 되니 추워서 가기 싫어져 그만두었다.

불면증이 한참이던 작년 가을쯤 시작한 하타요가도 하루 만에 불면증이 나아서 빠져들었다.

이효리 님의 요가 스승으로 유명한 한주훈 선생님에게 이름을 하사 받은 제자분이 하시는 정통 하타요가원이었다. 결국 남편과 초등 딸까지 요가의 물결을 탔던 작년 겨울을 넘기고 또 흐지부지 집에서 명상요가만 하게 되었다.


뭐 하나 꾸준히 하는 운동이 없다 보니 역시 난 몸 쓰는 것에 젬병인가 싶었다.

몸을 쓰는 것보다 뇌를 쓰는 것이 적성에 맞는 듯했다.

하지만 채소과일식을 시작하며 그래도 하루 5 천보는 걸어보자 마음먹었다.

만보는 얼토당토않은 꿈같은 소리고 하루 1시간 정도 걸으면 5 천보를 걸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반, 저녁에 반을 걷자는 마음으로 근처 차로 편도 10분 거리에 있는 수목원 산책을 시작했다.


맞다.

운동이 아닌 산책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요게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우선 혼자 하니 좋았다.


앞서가는 사람과 뒤에 오는 사람, 나를 지켜보는 수영 강사님의 걱정과 한심 섞인 눈빛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수목원 산책길에서는 각자의 속도로 내 방식대로 걷는 천양지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연하기보다는 뻣뻣함에 가까운 몸뚱이를 가진 자로서 6개월 넘게 해도 머리서기 형상도 못 만드는 나를 보며 수련을 덜해서인 것 같다는 자책감을 안 가져도 되니 좋았다. 원체 다리통은 튼튼하기로 소문난 하체비만이라 그저 뚜벅뚜벅 걷기만 하면 되니 자신감이 뿜뿜 올라왔다.


거기다 평소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을 수 있었다!

바로 오디오북으로 말이다. 목표인 5 천보를 위한 1시간 정도를 걸으며 오디오북을 듣다 보면 책 한 권의 많게는 1/2에서 적게는 1/5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평소 완독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산책하며 듣는 책들로 완독률이 꽤 높아졌다.


그러다 최근에 저녁 산책만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유는 저녁 산책이 내 심성에 더 맞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아침, 저녁으로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일상을 살아가고 운동을 지속하려면 허들을 낮춰야겠다 싶었다.

오전부터 운동으로 시작하는 하루도 활기찼지만 다른 업무들을 우선적으로 보고 저녁에 마무리 겸 산책을 하며 독서와 사색까지 하는 것이 더 맞았다.


최근 며칠 동안 비가 내려 저녁 산책 루틴이 수영과 요가처럼 또 살짝 정지상태지만 나는 안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씩씩하게 걸어갈 거라는 것을 말이다.

산책은 내 맘대로 언제든지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이니까.  




"걸어야 산다"라는 어떤 책의 제목처럼 여러분들도 틈틈이 걷는 나날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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