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커피가 문제다.
불면증도.
피부건조도.
불안감도.
다이어트도.
커피를 끊지 않고서는 살도 못 뺀다.
물론 내 경우에 한해서다.
사실 커피란 놈은 참으로 멋지다.
스벅이든 맥심이든 화이트 커피잔을 들고 있으면 세상 가장 우아한 여자가 된 느낌을 준다.
이게 바로 여유란거지, 하면서 거들먹거리게 된다.
물론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좀비처럼 무의식에 커피잔을 들이키며 야근에 밤샘작업을 하는 자이지만.
과연 커피맛이란 걸 알고 먹는 걸까 싶도록 다 식어버렸을 때 후루룩 국물 마시듯 해치워 버리곤 했다.
글을 쓰면서는 더 심해졌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두고서야 첫 문장을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내 인생 첫 책이었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퇴고 작업을 할 때도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생명수였다. 야근에 지쳐 9시에 퇴근해서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다시 한잔의 커피를 시키며 12시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때 참 억척스럽다 못해 처절했다.(그 책이 발간된 지 정확히 한 달 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예약을 했다)
<소설가의 마감식>에서 염승숙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된 오노레 드 발자크는 하루에 오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열 다섯 시간씩 집필했다고 하던데, 그럼 한 시간에 세잔을 드링킹?!
어쨌거나 글 쓰는 사람들에게 필요악인 커피란 놈은 그만큼 내 몸과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당기면 밤 10시에도 커피를 마셨다. '난 그래도 잘 자'하면서 먹었지만 실은 새벽까지 제대로 잠을 못 이루었다. 그럼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그럼 또 밤에 늦게 자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입은 계속 마르는 탈수증도 항상 달고 살았다.
원래 물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동안 입이 말라서 물을 자주 찾았던 것이다.
카페에 가면 주로 아메리카노를 시키곤 했다.
아주 가끔 식후에 배부르면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멋있는 척 시켰다.
호주에 살 때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카푸치노가 생각날 때는 시나몬 가루 듬뿍 뿌린 뒤 흑설탕도 살살 뿌려 마시곤 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커피를 일주일간 끊어보았다.
우선 잠자리에 누우면 10분 이내 잠이 들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원래 생각이 많아서 잠자리에서도 몽상과 공상을 하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커피 대신 따끈한 레몬수로 바꾸고 나서 목마름과 피부 건조함도 덜해졌다.
젊을 땐 지성피부였는데 나이 들어서 건성으로 바뀐 게 아니라 커피 때문이었다.
몸에 수분이 부족 하니 피부도 퍼석거리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저렴한 원두에서 발견된 곰팡이 독소 뉴스에 경악했다.
커피를 볶을 때 생기는 발암물질을 매일 섭취하고 있다니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자고 다짐했다.(암환자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
물론 이틀 전에도 피곤한 몸으로 글 작업할 게 있어서 에스프레소를 시켜 딱 두 모금 마셨다.
그날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자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
그래서 오늘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며 카페에 갔더니 딱 커피 한잔이 당겼지만 꾹 참고 허브티를 따스하게 마셨다. 역시나 지금 밤 10시도 안 되었는데 눈이 지지 감긴다.
옳거니 오늘 밤은 숙면을 하겠구나!
최근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잠, 식단, 운동이다.
그중에 첫 번째가 잠인데 그 잠을 방해하는 커피는 우선 끊고 볼일이다.
끊는 게 정 안된다면 <채소과일식>의 저자 조승우 한약사가 제안하는 7:3 법칙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허브티나 레몬수 또는 쌍화차나 대추차를 7로 마시고 나머지 3만 커피를 마시는 거다. 그동안 하루에 한잔을 마셨다면 21일은 좋은 차를 마시고 9번만 커피를 마시는 것. 그렇게 줄여가다 보면 분명 끊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자 그럼 내일부터 커피 대신 차 한잔 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