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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Nov 02. 2023

평생 다이어터의 삶

다이어트 유목민에서 정착민으로

다이어트(diet)

내게는 die.

죽을 만큼 힘들어야 살이 빠지는 것.

원래의 의미는 식단이라는 뜻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정해놓은 식단 계획이라고 한다.

그만큼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식단은 9할이다.

먹은 만큼 운동으로 빼는 사람도 있다지만 오히려 '건강한 근육형 돼지'가 될 수 있다.(경험상)


다이어트가 인생에 들어온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그 당시 사진을 보면 그렇게 비만은 아니었다.

동시부로 백일장에 나갔는데 제시어가 <체중계>였다.

(대체 왜 국민학교 백일장 제시어가 체중계였을까? 심사위원 분들 중에 다이어트하시는 분들이 있었나?)

아무튼 머리를 짜내며 동시 한편을 써 내려갔다.

 


38kg.

바늘이 내 몸을

흉보는 것 같다.


얄미운 체중계를

바닥에 밀어 넣었지만,


다이어트해서 살 좀 빼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얄미운 체중계를

다시 꺼내어 보았다.



거짓말을 곧잘 했기에 몸무게도 늘려버렸다.(꽤 영악한 아이였다)

아마 당시 30킬로 초반대였던 것 같은데 너무 작으면 현실성이 없어 떨어트릴 것 같았다.

이 시로 백일장에서 동상을 탔다.

그 후로 학교문집 편집장도 되고 나름 초등 문학계(?) 쪽에서 승승장구했던 것 같다.


결론은 그때 쓴 시 한 편을 시작으로, 어릴 적부터 "다이어트"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다.

말라야 한다, 날씬해야 한다, 뚱뚱한 것은 죄악이다, 자기 관리 못한 사람이 되지 말자 등등.


중학교 때는 다행히 기초대사량이 높아서인지 먹는 것에 비해 살이 많이 찌지 않았다.

떡볶이와 어묵, 순대 등을 파는 매점이 있던 고등학교에서는 매일 중식과 석식 이외에 최소 두 번은 먹으니 말 다했다. 하체비만은 갈수록 늘어가고 안 그래도 큰 몸뚱이가 더 거대해졌다.

대학교 가면 빠진다던 살은 결국 그대로라 어쩔 수 없이 원푸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자취를 하던지라 생활비가 없어 그나마 할 수 있는 다이어트는 우유다이어트였다.

사흘 내내 200ml 우유만 마시면서 3킬로를 금방 뺐다.

그러나 10년 뒤 유방 섬유선종을 발견하고 우유와 호르몬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후로 그나마 참 쉽던 우유 다이어트는 끊었다.

쇠고기만 먹는 황제다이어트는 너무 비싸서 단 하루 만에 포기했다.

사과다이어트는 맛은 있는데 배가 아프고 몸이 차져서 또 며칠 못 갔다.

결혼 후 계획임신을 위해 5킬로는 빼자는 마음으로 당시 유행하던 허벌라이프를 통해 한 달 만에 7킬로를 빼고 아이를 가졌다. 임신해서도 살찌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운동 싫어하던 이가 요가와 아쿠아로빅을 주 5일 꽉 차게 했다. 현미밥채식을 하고 커피도 끊었다. 아이 몸무게 제외하고 출산까지 5킬로 정도밖에 찌지 않았다.


하지만 출산 후 또다시 시작된 다이어트.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는 폭식증을 일으켰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라면을 끓이고 그러고 나서도 빵과 떡볶이를 입에 쑤셔 넣었다.

다행히 소화력은 좋아 위와 장은 멀쩡했지만 정신이 피폐해졌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할 날이 다가오니 안 되겠다 싶어 저탄고지 식단이 유행할 때쯤 삼겹살 다이어트도 해봤다. 남편은 한번 같이 먹고 도저히 못 먹겠다 나자빠졌다. 쌈장도 먹으면 안 되고 느끼한 삼겹살과 기름들만 먹어야 했으니 말이다.

피가 끈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또다시 끝났다.


그렇게 폭식증과 다이어트 강박증은 내 삶과 시간과 돈을 갉아먹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0대 여자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이**다이어트라는 것도 해봤다. 먹고 싶은 것은 양 조절만 하며 마음껏 먹고 매일 이**토스트라는 것을 만들어먹는 것이다. 클래스 101에서 수업을 듣고 혹했다. 바로 적용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림프절이 있는 몸의 부분들이 붓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도 아니다 싶었다.


좌절감으로 더욱 우울해졌고 밤마다 야식을 찾게 되었다.


"한잔 할까?" 하는 말로 남편까지 유혹했다.


편의점 맥주와 가공식품 안주(라면, 순대, 곱창 등)들은 다음날 내 마음을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로 남을 줄 알았는데.

드디어 제대로 찾았다.

다이어트 유목민에서 정착민으로.

채소과일식을 만난 건 신의 한 수였다.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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