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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Mar 29. 2021

2년 만에 미모를 되찾다.

2021.3.29.(월)_워킹맘의 미라클 모닝

새벽 4시 20분.

워킹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7시 반에 일어나 정신없이 머리 감고 화장은 하는 둥 마는 둥,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골라 느기적거리는 아이를 채근한 뒤 정신없이 8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아이를 등원시키고 가까스로 9시 3분 전에 "세이브"를 하던 나인데,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다.   



우선 고양이 세수를 하고, 부스스한 머리에 잠옷 차림으로 책상에 앉았다. 4시 30분.

자주 가는 네이버 카페에 미모 인증샷을 올린 뒤 무얼 할까 생각하다, 순간 몸의 피곤함이 밀려와 다시 침실로 가 누울까 고민했다. 하지만 끼억끼억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어 밀린 브런치 일기 사흘 치를 썼다.

다 쓰고 나니 50분이 지났다. 얼마나 마음이 후련한 지. 일이든 글이든 밀리면 마음이 찜찜하여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러고는 겨울용 진회색 레깅스에 남편의 베이지색 구제 잠바 떼기를 걸쳐 입고 까치머리는 황토색 비니에 구겨 넣어 자동차 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깜깜했다. 6시


즐겨가는 산책길이 있는 수목원에 도착하니 6시 10분. 아직도 어두웠다. 사람들은 간헐적으로 보일 듯 말 듯 그림자 같았다. 새벽의 추위와 사람들에 대한 긴장감에 약간은 경직된 몸을 호흡으로 가다듬고 산책길로 향했다.

어두운 산책길, 그러나 곧 환해지겠지.


새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릴 일인가...


세수도 안한 내 모습이 장하여 한 컷 담아보기도 하고...



 

1킬로 미터 정도 되는 왕복 50분의 거리를 가멍 쉬멍 걸으니 조금씩 기운이 돋는다. 7시. 이제 집에 갈 시간. 씻고 아이를 깨우고 된장국에 밥을 먹이고 평소보다 조금은 여유롭게 출근한 "미모"의 하루였다.

다시 돌아온 나의 미모. 내일도 기대해본다.

6시 50분쯤 날이 밝아왔다. 결국 날은  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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