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자

20210613일_빼빠질이 재밌다 하는 남편을 보고

오랜만에 촌에 왔다._제주도는 시골을 "촌"이라 부른다. 그래서 나도 그 후로 가끔 따라 한다. 월요일에 회사에 가서 직원들에게 "주말에 뭐했어요?"라고 물으면 촌에 다녀왔어요." 하신다.

아무튼 세컨드 하우스 겸 제2의 업장인 가시리에 오니 할 일이 산더미다. 6월 중순부터 서점_일명 수민문화를 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달성하기 위해 남편은 나의 요구대로 6인용 테이블과 책 장식장을 손수 만들고 계신다. 나 또한 옆에서 나름대로 도와주고 있는데 사무직으로 10여 년간 산 나는 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마 무시한 톱들을 대할 때면(톱들도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원형톱... 무슨 톱... 무슨 톱... 이름 도 어려워) 온몸이 영화 "직소"시리즈를 볼 때처럼 굳어진다. 그나마 꽤 위험하고 난도 높은 재단을 다 하고 나면 사포질(나는 빼빠질이라 불리는)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진짜 사포로 열심히 긁어제끼던 남편이 전동식 기계를 사더니 그래도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햇빛 아래서 목재와 싸우고(내가 보기에는 그리 보였다) 있는 남편에게 "오빠, 회사 다니는 게 나아? 그렇지?"라고 물으니 "아니, 난 재밌어"라고 하는데...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밌다고?! 이 땡 볕에 톱밥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덮어쓰고도 행복하다니... 그래, 사람마다 좋아하는 건 다르니까.

솔직히 어제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에 여는 카페에 가 리독(리더의 독서모임)을 2시간 동안 하고 밤 9시에는 오방 독서(직장 독서포럼) 줌 온라인 모임과 바로 10시에는 혼독(혼디 모여 자유 독서)을 하고 12시 30분에 잠들었으니 좋아하지 않고서야 황금 같은 주말에 이리 할 수가 없지 않은가.

결론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고, 그걸 이상하게 보지 않고 인정해주는 거, 그것이 12년 차 부부간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친구 간이든 필요하다 싶다.

책에 정신 못차리는 나

목공에 진심인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