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우 역사적인 날이라 꼭 기록하고 싶었다. 2021.8.17. 화요일. 오늘은 직장인에게 마약 같은 월급날이자 마흔한 살에 수영을 처음 배운 날이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 여자. 초등학교 때 부모님 따라 계곡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그 사건을 그동안 나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그게 뭐라고 싶지만 내게는 처음으로 죽음이란 것을 느낀 순간이었기에, 평생 트라우마처럼 따라다녔다.
80년대에서 90년대 적 우리 부모님들은 야유회를 참으로 많이 다녔던 것 같은 데 노란색 들통(?)에 추어탕을 푹푹 끓여 24도짜리 그린소주를 아빠들은 들이켜고, 엄마들은 그 곁에서 안주를 내어놓느라 정신없었기에 아이들은 저마다 튜브에 몸을 싣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다. 수줍음이 많던 나는 노란색 튜브에 의지해 계곡을 혼자서 유유히 떠돌다 아이들은 점점 멀어져 갔고,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계곡의 물살이 말라빠진 몸뚱이의 나를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게 했고, 큰소리로 외칠 용기도 없던 나는 그저 떨리는 가슴으로 발가락에 있는 힘을 다해 다리 난간의 어딘가에 의지해 겨우겨우 살아남았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혼자서 그날의 두려움을 감내했던 나란 아이는 그 말을 하기가 창피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이후였을까? 어떤 일이 내게 닥쳐도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가슴에 끙끙 앓던 내 성격.
아무튼 그때 이후로 물에 대한 공포는 엄청났는데...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놀러 갔던 스물한 살 시절 셰어 했던 집 가족들과 골드코스트의 리조트에 놀러 가 지하 실내수영장에서 놀다 다시 한번 발이 안 닿는 곳에서 죽을 뻔하고 나는 그 이후로 꿈에서 자주 발이 안 닿는 바다를 수영하는 꿈을 곧잘 꾸곤 한다.
무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주 수영 기초반 강습을 듣기로 결정 바로 다음날 등록을 하고 오늘 화요일 드디어 첫 수업을 받았다. 사실 수영을 시작할 때 첫 번째 난관이 있었는데, 너무나 건강한 나의 자궁 시스템은 생리를 27일 주기로 아주 꼬박꼬박 정확히 5일간 하기에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동시성처럼 일주일 전 탐폰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의 대화에서 들었고, 탐폰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사실 안드로메다의 이야기였을 뿐.
자연분만으로 아이까지 낳은 몸인데 탐폰이 두렵고 무서웠다. 누가 보면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이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이 19금일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뭔가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 몸의 생리학적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주지할 뿐)
결국, 이리저리 하여 나는 첫 탐폰도 성공하였으며, 첫 수영강습도 무사히 마쳤고, 그리하여 내 인생 마흔한 살에 새로운 것들로 채워져 가는 하루를 만들고 있음에 마치 어린아이가 목을 가누기 시작했을 때 기뻤던 순간처럼 감격에 차 브런치에 이리 기록을 남긴다.
남들 눈에는 이게 뭐여? 하는 것들이 (마흔) 한 짤 내게는 참으로 신비롭고 설레는 인생의 순간이었기에.^^
그래서 결국 수영복의 물욕이 시작되었음을....^^ 이 사진도 19금으로 별스타그램처럼 브런치 자체에서 글이 삭제되는 것이 아닌가 혼자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