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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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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슉 Jul 02. 2020

몽상(夢想)

작은 소망

2020년 6월 30일 오늘의 나


늦은 밤 마지막으로 문을 나선다.     

어둑어둑한 복도에는 내 발소리만 들린다.


띵!! 스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갑작스러운 밝음이 들이닥친다. 텅 빈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크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cctv를 힐끗 보고 눈을 감는다.     


눈을 감자마자 어지러움이 몰려온다. 잠깐 동안 어지럽다 맑은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져 눈을 뜬다.




1초 만에 도착한 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펼쳐진 어느 해변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가?


오른쪽 저 멀리에서 작은 숲이 바람을 내보내면 그 앞에서는 찰랑이는 파도가 물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숲 속 나무에 걸린 해먹과 그 옆에 놓인 진한 갈색의 콜드브루가 반갑게 부른다.     


최근 가장 자주 찾는 이 해변..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
아니 공유할 수도 없다. 다른 사람을 데려올 수 없으니까.     


언제나처럼 겉옷을 벗고 속에 숨어있던 비치웨어를 내어놓는다. 콜드브루를 한 손에 들고 살랑이는 바람을 따라 투명한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다. 파도에 끌려온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간질거린다. 해변의 오른쪽에서 시작한 산책은 왼편의 부서진 고깃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콜드브루를 꼭 쥐고 파도가 해주는 발 마사지를 충분히 만끽한다. 돌아와선 해먹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다.     




그러자 어김없이 다시 뜨끈한 바람이 불어온다.      


"1층입니다."      


감정 없는 기계음에 눈을 뜨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온다.     


"아씨. 아직도 비 오네. 이런 날 바다 갔으면 얼어 죽을 뻔~"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흐느적거리며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집이라는 곳에서 잠시 눈을 붙이러 간다.     

오늘도 어두운데 밝은 도시의 밤으로 걸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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