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서
머리 위로 짙게 어둠이 드리우고
무거운 고요함만이 온 하늘을 뒤덮었던
그 밤, 그 날에
당신이 내게 물었었다.
이 아픈 밤이 다 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옅은 미소를 띠며 내게 묻는 당신의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미치도록 아려와
눈물을 삼키려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던
그 밤에 우리는,
아직 채 아물지도 못한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이전에 내가 당신에게 그러했고
그 이전에 당신이 내게 그러했듯
또 한번 서로에게 치유가 돼 주길 바랬던
그 밤에 우리는,
이토록 너를 사랑했던 나와
그런 나를 사랑했던 너의
가장 마지막 순간이 됐을
그 밤에 우리는,
다 괜찮을 거라고.
다 좋아질 거라고.
실은 누구 하나 장담할 수 없는
기약 없는 희망을 내걸며
그렇게 서로를 담담히 위로했던
그 밤에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