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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니마니모 Oct 06. 2019

퇴사한 간호사가 출판 펀딩을 시작한 이유

출근이 무서운 간호사,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2년간 근무 후 퇴사한 간호사입니다. 입사 후 퇴사할 때까지 간호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퇴사한 후에야 저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제게 두 가지 모두를 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예요. 브런치의 다른 작가님들의 매거진을 보면서 좋은 글쓰기 모임도 알게 되었고, 저만의 글을 쓸 시간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첫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심하다가, 당시의 제가 잘 알고 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 분량도 넉넉하게 나올 만한 것이 간호사 생활했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 다른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했어요. 온갖 화가 났던 상황들이나 힘들었던 이야기를 쏟아내다가 함께 글 쓰던 분께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간호사가 한 명도 없어요. 그렇다 보니 써주신 내용이 새롭고 신기하네요. 그래서 간호사가 힘들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걸 정말 잘 써서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아, 머릿속에서 뭔가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나 혼자 재밌고 편해지려고 쓰던 글이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직업에 대한 세계관을 만들고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였어요.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나의 감정을 풀어내는 것은 할 만큼 해서 이제는 눈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남아있는 병원과 간호사의 업무 환경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들이 어떤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지, 제가 모든 간호사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몇 달간 쓴 글이 책으로 엮어져 세상에 곧 나오게 됩니다.   

 제목을 비롯한 목차와, 몇 가지 내용들은 매거진을 통해 소개드렸는데요, 전문 편집자분의 감수도 받고 여러 가지 사항들을 추가적으로 확인 후에 책으로 만들어질 거예요.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책의 내지는 이런 식으로 나올 것 같아요:)



 사실 편하게 출판사에 투고를 하려 했었어요. 그런 저에게 한 편집자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출판사에 보내게 되면 내용이 바뀔 수 있는데, 그러기엔 아까워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쓴 글을 독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면 독립출판을 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수고스러우실 수 있지만 펀딩을 하게 되면 더 많은 분들께 빨리 다가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그분의 조언을 받아들여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말씀들로 시작하게 된 저의 글과 행동들이 더 선한 마음을 담아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후원을 해주시면 좋겠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해주셔도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편하게 와서 둘러봐 주셔요.

https://www.tumblbug.com/nurse_essay



 최근 간호사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 실태에 대한 이야기들이 눈에 띕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에요. 지금까지 계속된 시도들과 목소리가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거대한 움직임의 시작에 저도 조심스레 손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비록 작은 손일지 모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여, 책을 통해 간호사의 실태에 대해 알리려는 마음을 가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간호사 커뮤니티가 많이 있지만 병원을 퇴사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찾기가 참 어려워서요. 병원을 퇴사한 간호사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잘 살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부터가 간호사라는 면허를 쓰지 않겠다고 생각하니, 살아갈 방법에 대해 막막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서로 아는 부분을 공유하면서 윈윈 할 수 있었으면 해요. 당장의 커뮤니티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나눠주실 분들은 '제안하기'로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스테이블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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