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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ug 05. 2022

호주할매들이 나보고 뜨개질 천재라 한다

맞다, 어떤 분야에서든 천재 되기 쉬운 일 아닌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래, 나도 뜨개질 배우는 동안엔 뜨개질에 푹 빠져 있었다. 밥 먹고 밥 짓고 청소하고 잠자는 시간을 대폭 줄 뜨개질다. 개질에 푹 빠져있다 보면,  시간 나를 초벽에 데려다 놓았고, 밥상엔 반찬이 허술했고, 화단에는 꽃들이 물을 굶은 채 있었다.  


두어 달 정도 그렇게 했더니 이순의 몸이 신호를 보냈다.  팔과 어깨 그리고 허리가 쑤시고 파왔다. 지만 스하고 부드럽고 알록달록한 나의 편물들이 탄될 때마다, 내면 가득 햇빛처럼 쏟아지는 희열의 크기에 비하면 내 몸이 아픈 건 작은 거였다. 


그래도 내 몸이 탈 나면 행여 내 자식들 걱정하고 고생할까 봐, 더 큰 화를 부를까 슬며시 염려될 나이 아닌가. 이순이면 아직 이르다지만, 일찍부터 조심하는 게  상수다.

그래, 제부터는 짬짬이 휴식을 취하면서, 즉 몸을 살살살 달래 가며 쉬엄쉬엄 개질을 하기로 다. 무리하지 않아야 남을 돕는 게 바로 자신을 돕는 것이 된다. 그래야 이 일이 오래갈  있다.





처음 나온 나의 편물이 어설펐는데도 할매들은 박수로 용기를 얹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코빠뜨림 같은 실수가 줄어들면서  솜씨가  여물어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과 내가 쏟아부은 열심이 서로 의기투합하여, 가로와 세로로 촘촘하게 짜이는 털실 정교하게 하나의 소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고 재미까지 늘어났다.




어느 날부터 좀 더 멋진 이불 패턴이 없을까 하고 한국 유튜브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역시 한국사람들 똑 부러지게 쉽고 참신하게 잘 가르친다. 그중 차분하고 친절하게 가르치는 "아델 코바늘"영상을 구독하며 따라한 나의  결과물은,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 인기를 었다.


주 할매들 나의 꽃무늬 모양을 한 이불 편물 앞에서 베리 나이스, 를 연발하며 놀라워했다. 테리와 앤 할머니는 배워가기도 했다. 그뿐인가. 내가 뜬 비니 모자의 무늬도 너무 이쁘다며 칼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배우러 온다.

 참신하면서도 정교하게 배색된 무늬가 그들의 눈에 확 들어온 것 같다. 쁘고 사실적인 꽃 모양은 한국 뜨개질창의성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   호주 할매들로부터 과분한 찬사를 받게 됐으니, 우리나라,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다!


할매들은 이렇게 말했다.

홍, 너는 뜨개질 천재야, 천재!


그러고 보니 한 땀 한 땀 뜨는 뜨개질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반면, 인기가 뜨는 건 한 순간이었음을 실감하겠다.  요즘은 내게 또 다른  "뜨개질 뉴 패턴 전문가"라는 별명까지 붙었으니. 


내 뜨개질이 이렇게나 인기가 뜰 줄은
나 자신도 예전엔 미처 몰랐으니.



 '아델 코바늘' 이라는 유투브를 보고 따라 뜬 무릎 이불, 모자, 숄. 이들은 홈리스와 병원 환우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 중 몇 가지는 나와 딸네 집 소파 위에 배치해 놓았다.


뜨개질 소품들을 보는 일과, 만지는 것과, 그리고 함께 모여서 뜨개질을 직접 하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부풀게 한다. 이번엔 어떤 소품이 탄생할까. 내가 만드는 나만의 첫 작품이 나오는 시간들은 늘, 나를 크레용 앞에 앉은 어린아이로 만들고 나를 설레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할머니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 또한 나를 평화와 화합의 고요한 감성에 푹 젖어들게 한다. 사실, 40년이 넘도록 뜨개질을 해 온 그들의 겸허한 단수의  솜씨와 그들의 순수 앞에 서면, 나의 천재성? 은 한없이 작아진다.



 

그 와중에 나만의 독특한 색과 문양과  스타일 소품들이 늘어갈수록, 보람과 기쁨 그만큼 다. 남을 돕는 일, 내가 힐링되는 시간으로 바뀐다.


블렝킷 버디스 Blanket Buddies 라는 이름으로 2011 년부터 시작했다는 자선 교실의 모든 할머니들도 그 마음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음 느껴진다. 알록달록한 털실, 각자 자신만의 체취 손길, 한결같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털실 분디 시골 할머니들. 털실뭉치처럼 푹신하고 선한 웃음과 가식 없는  거림 나는 참 좋다. 털실뭉치처럼 둥, 이불처럼 서로 덮고 의지하며 영되  교실의 분위기에 시나브로 젖어들고 있다. 나도 조금 조금씩 닮아간다. 이들을. 


이름 없던 털실이 누군가의 이불이 되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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