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핸드백, 주인에게 가는 법

by 예나네


그 핸드백은 지금 어디 있을까.



어제 다시 하묵에 올라갔다. 90만 년 전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마을, 하묵 Hummock의 수리엔 LookOut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분화구는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나, 이 지역에서는 최고봉이다.

여기에 서면 산이 이룬 기름진 땅, 적토와 흑토에서 자라는 고구마, 주키니, 마카다미아 농장과 저 멀리 푸른 바다, 그리고 타운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타지에서 오는 관광객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간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라는 공휴일이어서 사람이 꽤 있었다. 저만치 벤치에서는 중년의 두 여인이 얼음 넣은 시원한 음료를 탁자 가운데 두고 다정하며 명랑한 음색 티키타카를 주고받고, 주차장 자동차 옆에선 3,4개월 되어 보이는 아기 안은 젊은 엄마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인 걸 보니 지인이 주변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듯싶었다.



나에게도 마침 그늘 진 빈자리가 돌아왔다. 얼른 지붕 있는 벤치를 차고앉아 풍경을 내려다니 바이킹 하던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저기 저 가방이 나의 것이냐고 묻는다. 아니라 하자 저쪽 여인들한테 가서 똑같이 물어보고 언덕아래 난 길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났을까.

나처럼 중 늙은 남자는 바이킹 남자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다. 벤치 위에 당그라니 놓인, 주인 없는 밤색 핸드백을 구체적으로 걱정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여기서 아침을 먹을 때도 저 백이 없었는데, 누구 것인지 모르겠다며 뜨거운 콘크리트바닥을 맨발로 다니며 묵의 수리에서 어난 실물의 걱정을 바이러스처럼 퍼트린다. 따로 흩어져 자기 일에 빠져있던, 나를 포함하여 6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핸드백한테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번엔 중 늙은 남자보다 더 적극성을 띠는 여인이 출현했다. 그녀 여인 A가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 있던 로 모르던 사람들은 공동의 관심사를 지닌 '우리'가 되었다.

A여인이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핸드백을 열어 핸드백 속내를 뒤져보기로 결정했다. 여인은 적극적이면서도 조심스럽게 손을 탈탈 털어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호들갑을 조금 떨며 가방의 단추를 톡 땄다. 주인 잃은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게 쉽지 않 건 어느 민족이나 같다. 다행히 리 여인은 감성이 넘치지 않고 의연한 편이었다.



가방 속에서 얻은 가장 탁월한 단서는 운전면허증이었다. 내 눈엔 1962년생이라는 것과 그녀가 사는, 여기서 3시간 거리의 선샤인코스트였다.

A여인이 핸드백 주인의 호를 불러주고 B여인이 콜을 3회 눌러봤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에는 페이스북에다 메시지를 남겼다.



6명 모두 개인사정이 있어서 하묵의 수리에서 오래 기다리지는 못했다. 토의 결과, 20분 거리의 타운에 있는 경찰서에다 백을 갖다 주기로 합의를 봤다. 나는 전화를 해서 경찰관을 이리로 부르자는 의견을 냈다가, 일언지하 거절당했다. 경찰이 여기까지 퍼뜩 안 온다는 이유였다. 그 사이에 아기엄마가 기다리던 일행이 돌아왔다.



A여인과 B여인이 탄 차가 앞장서고 아기엄마네 차가 뒤따라 경찰서로 출발했다. A여인이 백을 갖다 주면서 아기엄마가 사실을 증명하기로 했다.

중 늙은 남자와 나는 손을 흔들어 그들을 핸드백과 함께 감사의 마음으로 보냈다. 나도 걱정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언덕을 내려왔다. 리가 핸드백을 중간에 놓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차 안에 고인 햇살이 몹시 뜨거워져 있었다.


지금 핸드백은 어디에 있을까.






이전 18화나의 집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