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뜰에서 고추를 따왔다.
같이 따라온 작은, 아주 쪼끔 한, 모기보다 크니까 파리 눈알 만할까. 여하튼 까만 쉼표 닮은 그것은 엄청 쪼그만 한 체구였다. 몸 보호용일까, 플라스틱 느낌, 아니 개미 등짝 느낌의 갑옷을 하고 있었다.
빨강 파랑 고추들은 벌써 냉장고로 쏙 들여보냈는데, 요 작은 곤충은 자기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싱크대에 똑떨어져 뒤집힌 채로 꼼틀꼼틀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난 이놈을 어쩔까, 귀찮은데, 그냥 싱크로 흘려보내버릴까 궁리를 아주 잠깐 했다. 그러다가 이 나라 사람들은 모든, 심지어 뱀까지도 살려서 산속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걸 몇 번 듣고 봐 온 터라, 나도 한 번 살려줘 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우선 휴지를 한 장 뽑았다. 하얀 휴지 위에 까만 그놈을 나무젓가락 끝으로 살그머니 밀어 얹어서 바로 곁의 출입문을 밀고 베란다로 나갔다. 내 숨을 한 번 들이킨 후, 고놈을 후 ~ 불어보았다. 고 쪼그만 곤충, 당차다. 발레 하듯 호르르 마당으로 날아가버렸다.
난 마치 세상을 구한 듯 마음이 뿌듯해졌다. 쉼표만 한 작은 체구라고, 그들의 생명을 무조건 만만하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늙어가며 박치 수준인 나하고까지 리듬을 잘 맞춰 발레를 다 추었을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내 휘파람이 뭐, 발레리나가 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