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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Feb 16. 2023

꽃을 물고 간 하늬바람


간만에 베란다에 앉는다.



오늘은 바람이 좋다. 어제아침만 해도 찌는 듯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번엔 전기세가 얼마나 나오려나 하다가, 에이, 이러다 더위 먹어  두통 오면 오히려 손해야. 내 몸 하나 망가지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고생바가지 덮어쓰는 겨, 하며 에어컨을 틀었다. 어젯밤도 그랬다.




오늘 아침 날씨는 나처럼 기분이 나이스한  바람이 하다. 에서 메라를 얼른 찾아 구름을 고, 꽃을 찍고 하늘을 담았다.



아, 바람도 찍혔다.

땅바닥에 분명 꽃 두 송이가 떨어져 있었는데, 찰칵, 하는 사이 그들이 렌즈 바깥으로 달아나버렸다. 바람의 짓이다. 그래, 하늬바람이다. 별안간 어온 바람 가 버렸다.



찡찡대는 같이 만 하 여름바람은 그걸 못할 이니, 여름의   털어낸 바람 바로 다. 오늘 아에야 비로소 네가 왔구나. 바람, 격하게 환영한다.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으니 , 네가 더 반갑다.


꽃을 감춘 건 개구쟁이
너의 장난이었구나. 가을인사였구나.
그래, 어서 와 가을.


찰칵, 사진을 찍는 사이, 추풍이 땅바닥의  꽃두 송이를 납치해갔다. 순식간이었다. 그래도 재미있고 반갑다. 하늬바람, 너의 장난으로 알게.


고국엔 곧 봄바람이 불어와 장난을 걸겠지요. 첫 봄바람소식이 궁금한 아침입니다.
^^



*하늬바람 = 갈바람의 유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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