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6. 목. 초저녁.
비 온 후엔 밤하늘도 청명하다.
유독 큰 별이 많이 뜬 하늘. 내 눈으로 뜯어본 초저녁은 짙푸른 바다와 하늘색, 그 간극의 색채였다.
그러나 폰 렌즈엔 검은색으로만 잡혔다. 짙푸른 별밤이 블랙홀에 갇히고 말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마음의 렌즈에도 타인의 속내가 왜곡된 검은색으로만 잡힐 때가 있다.
깜장과 짙푸름, 그 틈새에는 수없이 많은 색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하는 검은색 한 가지로만 타자를 치부하진 않았는지, 나를 살핀다.
블랙홀 속에 든 별은 여전히
빛으로 있다. 진리처럼.
호주의 하늘엔 북두칠성이 안보인다. 대신 저 가지런한 한 줄로 뜬 세개의 별(사진의 중앙에서 조금 위쪽)들은 한결같이 내 머리 위를 지키며 약속처럼 날마다 돋아난다.
방금 찍어올린 새들의 비상. 밤하늘의 별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