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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Mar 26. 2023

초승달과 별 그리고 깊은 밤의 소묘

2023. 3. 25. 토. 음력 2.4.


 초승달과 별의 조우는 섬세하다.


이번에도  뒤뜰 섰다. 하늘 향해 한쪽 팔을  스트레칭하듯 손바닥을 다. 초승달이 내 중지 끝에 걸리고, 엄지 끝엔, 오늘도 영락없이 별 하나가 려온다. 별치곤 꽤 큰 이 매월, 일한 지에서 초승달 조우한다.  손  뼘 거리의 그들, 별과 달 따로 기다리진 않는데, 그들은 매번 에 포착된다. 내 중지와 엄지 끝 샛노란 병아리 부리처럼 꼭 문다. 내 오른쪽 손끝도 섬다. 과 별의 오작교되다니. 해가 온전히 지지 않아 다행이다. 깜깜해지손끝에 딸려온, 그 황홀한 광경의 달과 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별빛은 점처럼 작으나 병아리 눈빛처럼 반짝거리고, 달빛은 양끝뾰족하나 선이 완전 , 저 신비한 우주의 섭리.



초승에 뜨는 달이 초승달이다.


배가 바다를 하염없이 해하, 초승달은 온종일 하늘을 노 저어 왔을 텐데, 햇빛에 가려져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행운일까. 뒤뜰이 서쪽에 있어  번, 첫 별과 우하는 노란 병아리색 초승달을 본다. 오늘도 바람이 선선해진 해 질 녘에 그 둘의 만남을 목했다. 파스텔 톤으로 붉은 하늘에 금가락지를 닮은 가녀린 초승달다. 달로 인해 서양의 하늘에서, 동양의 음력 날짜 한다. 오늘이 음력 초승이구나, 하고. 그러다 오늘은 불현듯, 서양사람들은 초승달이 뜨는 날을 어떤 방식으로 계수할까, 잠시 궁금했다. 하지만 초승달이 깜깜한 블랙홀로 사라지이, 난 서양사람들이 계수하는 방법을  수 .



헤아릴 수 없는 건 풀벌레소리다.


저녁을 차리느라 초승달이 서쪽으로 지는 광경을 다 보지 못했다. 오늘 낮엔 손님맞이하느라, 청소하고 밥 짓느라 몸이 노곤하여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잠들고 말았다. 눈을 떠 보니 22시 12분. 내 집에 온 손님을 찾듯 잠결에 뒤뜰로 나가보았다. 초승달이 있던 자리는 물결, 아니 바람결 하나 없이 고요하다. 그대로 텅 빈 까만 하늘의 빈자리, 내 집에 든 손을 배웅치 못한 듯, 아쉬움이 휑하니 남는다. 내가 잠든 사이 온통 까만 하늘에서 별은 더 많이 돋아나 있었다. 총히 돋은 큰 별과 작은 별 사이에 금가루를 뿌린 듯, 아주 세미한 입자의 별마을이 보였다. 지금 지붕 위 별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히 반짝거린다. 지상 이름 모를 풀벌레 한 마리 간음으로 소르릇소르릇 울어재낀다. 내가 뒤뜰로 난 깜깜한 베란다에 앉아  글을 톡톡 치는 동안, 밤이 점점 깊숙해진다. 그 간 속으로 별들이 시나브로 돋아나고 풀벌레 합창소리 소곤소곤대는 별만큼 많아졌다.



오밤중 인간의 노래는 소음이다.


어디서 간간히 개 짖는 소리, 사람의 음악소리, 새소리, 그리고 개구리 울음소리 들린다. 사람이 켜 둔 밤중의  음악은 좀 꺼주면 싶다. 간이 지날수록 풀벌레 소리 점점 더 돋아난다. 귀가 몽롱해진다. 산산한 바람이 스치듯 기분 좋은 몽롱함이다. 풀벌레는 소곤대는 별소리와 어울려 리듬을 탄다. 우주가 온통 까만 이유는, 하늘과 지상을 온전히 이어서 내게 별들의 음성을 명징하게 들려주기 위함이었다.


그 사이에서 난, 우주의 황홀한 어울림을 오감으로 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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