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나네 May 06. 2023

순전히 주관적인 숲속공기와 바다에어

어느 날 숲길에서 해풍을 마셨다.


스흐흡, 바다와 숲이 서로 닿아 있어서 숲향과 바다내음 같이 들이켰다. 바람이 투명 도깨비방망이가 되어 숲과 바다어울리도록 믹서고 있었다. 신선한 새우와 양파를 섞어놓은 것처럼, 숲과 바닷바람의 내음도 신선하게 어울, 마음을 한결 더 즐겁게 해 주었다. 비린 향이 향긋했다.


오솔길 양옆이 나무로 이루어져 하늘을 살짝 가린 숲길바닥엔, 햇빛을 받은 잎들의 그늘이 잎의 발자국처럼 찍혀있었다. 햇빛과 그늘이 울려 그려놓은 그림은 오솔길의 무늬 같기도 했다. 햇빛과 그늘이 섞인 자리가 더 선명하고 환했다. 그늘과 햇빛이 어우러진 바닥에서도 잎들은, 살아있는 생명체 그대로 울렁울렁 움직이고 있었다.


공기가 맑았다. 내가 숲의 발자국을 밟으며 숲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던 그 사이로 해풍이 불어왔다. 사르르, 숲내음과 바다향을 서로 섞은 건 공기라기보다 에어라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숲내음은 공기, 바다향은 에어 느낌으로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숲의 공기는 정적이었고,
바다의 에어는 동적이었다.



이처럼, 어떤 땐 공기보다
에어로 내 안에 든다.


공기와 에어는 똑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때에 따라 어감이 다르게 나에게로 닿는다. 공기는 무게감을 촉발하는  년의 공깃돌을 돌이키다. 에어 air는 철이 좀 든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내 안으로 들어와서인지, 어딘가 가벼운, 아 무게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에어 air 그대로의 느낌다.


에어, 동그 이응 두 개에 받침이 없가벼이 느껴는 걸까. 기체인 산소와 질소가 1대 4로 혼합되었다는 공기라지만, 어쩐지 이땐, 에어 air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기보다 어라는 어감이, 다향 더 조화롭다. 마엔 저고리가 어울리는 것처럼, 그렇다. 주관적 감응기도 하다. 



또한, 어쩔 땐 에어보다
공기로 내 안에 든다.


너무 오래 밀쳐 놓았다. 이순이 넘도록 공기를 마시고 살았으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공기가 없으면 난 애초부터 이 세상에 없을 텐데도, 공기에 대하여 고마움을 말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공기는 늘 나를 에워싸고 나를 살리기 위해 나의 폐활량을 주도했다. 공기가 있으아무런 부담감 없이 내 숨을 맘껏  수 있었다. 나뿐 니라 산소를 들이마시고 살아가생물, 공기 없이는 못 산다. 소중한 공기를 말할 땐 공기가 더 조화롭다. 말장난 같지만 나의 느낌은 장난이 아니다. 



오늘도 난 숲 속 공기를 마시며 바다로 나가, 해풍이 실어오는 바다의 에어 air를
스흡, 내 안으로 들인다.



국어사전에서 본 공기 ;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하층 부분을 구성하는 무색투명하고 냄새가 없는 여러 가지 기체의 혼합물. 산소와 질소가 약 1 대 4의 비율로 혼합된 것을 주성분으로 하며 소량의 아르곤과 헬륨 따위의 비활성 기체와 이산화 탄소 따위를 포함한다. 생물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필수 요소로서 소리를 공간에 전파시키며 물체의 연소도 가능하게 한다. 공기는 일반 기체와 공통적인 성질을 가지며 온도, 압력, 밀도는 일정한 법칙에 따라 변화한다.

바다옆 숲길입구에 버틀브러쉬라는 이 꽃이 있었다. 보통은 붉은색인데 이건 하얬다. 숲속공기 탓일까, 바다에어때문일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전 05화 초승달과 별 그리고 깊은 밤의 소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