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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Mar 15. 2023

때론, 말이 없어 더 이쁘고


할 말은 해라.


결혼한 큰딸한테 내가 말이다. 미련곰탱이같이 속으로 꾹 물고 있지 말라고 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잘 안 하는 게 염려되어서다. 엄밀히 따져보면 아이의 강한 특성상 그럴리야 1도 없겠지만, 힘들고 또 힘들면 행여 속병이 날까 봐 어미로서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 말한다. 할 말 하고 가벼워지는 게 건강상 좋을 것 같아서 그랬다. 엄만 자식 편이니까.


그러다 어느 날은 덜컥 겁이 다. 내가 잘못 가르치지 않았을까, 하고. 어느 날 아이가 나한테 이렇게 말다. 엄마, 가만히 보면 내가 얼마나 못된 아이인지 몰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내가 엄청 못됐다고 할 거야, 아마. 그 말을 받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카리스마도 때론 필요하지. 그러나 그럴수록, 네가 할 일을 아주 깔끔하게, 선을 다해 처리해 놓고, 못된 짓? 도 해야 해. 나이 들수록 실력 없고 말만 많아지는 상사, 그런 , 아니 밉상도 없. 어언 서른 중반이 된 딸한테 내가 웃으며  그러자 그녀는 또, 맞아 엄마, 일 잘해야지 그럼. 난 그건 자신 있다, 걱정하지 마, 한다.


졸업하고 이 안되어 애면글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즘은 회사에서 신입으로 들어오는 직원에게 일을 수인계해 줄 일이 생기나 보다. 방법을 알려주면 일을 못 따라오는 직원 때문에 몇 번이나 골머리를 앓는 아이가 힘들어 보였다. 같은 팀의 동료 일처리가 제 땐, 그 일을 떠맡아 야근까지 하려네, 사위가 성실히 도와주지만 5세 3세 아 둘 키우려네, 살림하려네... 멀리 사는 딸이 짠할 때가 많았다. 래서 난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 할 말은 고. 보아하니 안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삶이 힘겨울 때 믿는 구석, 엄마보다 더 좋 데는 없을 니.




잘해 줘, 이쁘게 말하고.


이 말은 딸의 구들하고 잘 지내라는 언질이다. 이 만나는 그니의 친구는 나도 아는 사이니, 딸은 가끔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준다. 주말이면 가족여행도 함께 다니고, 플레이 그라운드에도 같이 가고, 집으로 돌아가며 고, 와이프들끼리 차마시며 웃고. 그 와중에 감정이 살짝 상하기도 한다. 누군가 힘든 일도 생긴다. 난 그때는 이런다.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 없어. 잘해줘라. 상처받지 않도록 이쁘게 말하고. 그래야 너도 힘들 때 위로받고 살지. 러면 딸은 응, 알겠어, 걱정하지 마, 한다.



자연 색감은 그대로 좋다.

몬레 포 비치를 걷다가 해풍이 여름 햇을 이기지 못할 땐 좌회전을 한다. 목재 데크를 통과하면 바로 숲길로 이어진다. 그날도 해변을 걸었다. 따라 파도에 밀려온 조개껍데기와 잔돌 무더기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햇빛과 해수가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 놓은 그 색감이 그대로 좋았다. 나는 걷다 말고, 그냥 좋아지는 조약돌을 만나면 엎드려 하나씩, 둘씩 손바닥에 얹어보았다. 연에 물든 연색은 볼수록 이쁘다.


이 모자라는데 다행히 바지 뒷주머니가 있었다. 햇빛과 해수와 해풍에 의해 순하게 약돌들은  주머니 순한 곡선으로 다. 쩐지 기분이 그득해진다. 여름 정오의 햇빛을 못 이긴 우린 숲 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레 포 해변의 꽃이 조약라면,  숲 속엔 오리지널 , 야생있었다. 나는  줍듯이 이번엔 똑똑, 숲길의 잎들을 따서 모아보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냥 좋다.




때론, 말이 없어 더 이쁘고.

오솔에서 모아본 잎과 돌, 그들의 공통점은  말이 없는 거였다. 자연의 색감 그대로 내면을 표하고 있었다. 모난 데 없이 편안하였다. 세상 모든 건 부모 없이 태어난 건 없다. 하다못해 샤프펜슬 한 자루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엔 숯검정 같은 흑연으로 시작하였다. 지금 내 손에 든 잎과 돌의 시원을 거슬러 가 보면, 나의 조상 아담과 이브보다 더 고대의 조상을 선조로 두었을 다. 그래서 나보다 더 깊은 건가. 그래서 말없이, 단단하게 입을 꼭 다물고서도 이토록 이쁘고 부드럽게 있는가, 싶다. 론, 말이 없어 .


서른 중반의 연식이 된 딸, 세상을 알만큼 알게   나이다. 부모라고 이러저러한 걸 가르칠 시기는 넘어섰다. 그저 묵묵히 뒤를 봐주면서 겸허하게 바라보면 될 것이다. 그러면 내 딸도 자연하게 잎과 돌의 색감을 제 몸에 입혀나갈 , 스스로 깊어질 . 나는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늘 쉬어가던 우리의 탁자 위에다 내가 가져온 자연을 배열해 보았다. 모양이 다 달랐다. 편안하고 자연한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의 딸이거나 아들이었을, 이들의 모양새와 색감이 대견했다. 표정에 동요가 없는 잎과 돌, 그들이 이쁘면서 듬직했다. 맞다. 때론 말이 없어 더 이쁘다. 깊다. 난 그런 엄마가 되련다. 때론 말이 없 이쁜 엄마. 깊은 엄마. 그리고 딸도 이쁜, 그런 엄마. 자연하게 이쁜. 


그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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