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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pr 02. 2023

젊은 그는 바다에 다녀갔을까?


여기 바다는 시드니 바다하고 달라요?


멀리서 일을 하러 다는 젊은 사람이렇게 물었다. 사실 난 좀 뜨악했다. 알만 한 사람이 왜 이런 우문을 할까, 하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단 한 번도, 균일하지 않는데, 바다가 다 같을 수가 있을까, 하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또, 이해된다. 부산 서울하고 달라요?로, 물었다면 질문거리도, 대답거리도 다. 부산은 바다에 인접해 있고, 지하철이 서울보다 단출하고, 인구수가 약 3배 적고, 울은 표준어, 부산은 고유의 사투리를 다는.


사는 일에 매몰된 듯 분주하던, 내 젊음의 시간에도 바다의 얼굴을 자세하게 뜯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문이라 생각되었던 그의 질문이 그걸 깨우쳐 주었다. 내 젊은 시절의 시간도 1인 3역을 해내느라 허벌나게 바빴다. 내게 바다는 그저 아이들하고 가야 하던 물놀이장소였다. 바닷물만 있으면 되었다. 부산이나 서울 또한, 평소 보던 롯데몰에서 아이스링크를,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를 아이와 타야 했던, 젊은 시절 내겐 냥 가야 하던  불과했.




나이 든 요즘은 남는 게 시간이니 바다를 눈코입으로 나누어서 얼마든지 뜯어보고 조립할 수 있다. 내가 근래에 보는 바다는, 부산과 서울의 얼굴처럼 다르다. 쌍둥이가 아닌 이상 각자 얼굴 다르, 바다들도 다, 다른 얼굴을 있다.



꼭 가봐야 할 바다를 알려줄래요?


멀리 집을 떠나 2주 동안 일을 하러 왔으니 주말에는 숙소에서 푹 쉬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딸은 보고 간다 했으니, 난 딸의 상사였던 그를 초대하여 육해공군으로 한 상 가득 차렸다. 9년 전 이 여러모로 불안정했을 인턴시절, 같은 약국에서 부부약사로 일했던 그들은 아직까지 딸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랬던 그들 중, 그녀의 허즈번드, 그가 이 먼 곳까지 왔으니,  당시의 그들이 딸에게 해주었던 고마움이 되살아나서 반가웠다. 숙소로 돌아갈 때는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이것저것 챙겨서 들려 보냈다. 초등학생 딸 둘 아빠, 젊은 그가 계면쩍게 웃었다.


심을 먹으면서 이곳 바다의 세 얼굴을 알려주었다. 하나는 바가라비치, 또 하나는 엘리엇 헤드비치, 또, 또 하나는 몬레 포비치다. 마, 아빠, 그리고 딸이나 아들처럼, 각기 다른 얼굴을 한 아름다운 바다다. 두 딸아빠, 그 내 설명에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다를 꼭 들러서 갈 기세로 수긍하며 들었다. 며칠 후, 난 궁금해졌다. 그래서 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과연, P는, 그날, 바다에 갔을까?


딸은 대뜸, 안 갔다 100% 건다. 내가 답한다. . 멀리서, 난생처음 와 본 낯선 데 와서, 적응하고 일하느라 얼마나 피곤했겠어, 그치. 숙소에서 이불 둘둘 말아 끌어안고 푹 쉬었을 것 같다. 딸내미들이랑 언니랑 화상통화도 했을 테고..., 하우린 소리 내어 후훗 웃었다. 일과 육아와 공부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던 나의 젊음의 모습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사람의 가슴에는 여태 살아온 삶의 바다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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