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난뒤뜰에섰다.하늘 향해 한쪽 팔을뻗어스트레칭하듯 손바닥을폈다. 초승달이 내 중지 끝에 걸리고, 엄지 끝엔, 오늘도 영락없이 별 하나가 딸려온다. 별치곤 꽤 큰 별이 매월, 동일한 지평에서 초승달과조우한다. 내 손 한 뼘 거리의 그들, 별과 달을 따로 기다리진 않는데,그들은 매번 내 시야에 포착된다. 그리곤 내 중지와 엄지 끝을샛노란 병아리 부리처럼 꼭 문다. 그땐 내 오른쪽 손끝도 섬세하다. 달과 별의 오작교가 되다니. 해가 온전히 지지 않아 다행이다. 깜깜해지면 손끝에 딸려온, 그 황홀한 광경의 달과 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별빛은 점처럼 작으나 병아리 눈빛처럼 반짝거리고, 달빛은 양끝이 뾰족하나 선이 완전 둥근, 저 신비한 우주의 섭리를.
초승에 뜨는 달이 초승달이다.
쪽배가 바다를 하염없이 항해하듯, 초승달은 온종일 하늘을 노 저어 왔을 텐데, 햇빛에 가려져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행운일까. 뒤뜰이 서쪽에 있어난매번,첫 별과조우하는 노란 병아리색초승달을 본다. 오늘도 바람이 선선해진 해 질 녘에 그 둘의 만남을 목격했다.파스텔 톤으로 붉은 하늘에 금가락지를 닮은 가녀린 초승달이 보였다. 저 달로 인해 서양의 하늘에서도, 동양의음력 날짜를추론한다. 오늘이 음력 초승이구나, 하고. 그러다 오늘은 불현듯, 서양사람들은 초승달이 뜨는 날을 어떤 방식으로 계수할까, 잠시 궁금했다.하지만 초승달이 깜깜한 블랙홀로 사라지듯이, 난 서양사람들이 계수하는 방법을 헤아릴 수없었다.
헤아릴 수 없는 건 풀벌레소리다.
저녁상을 차리느라 초승달이 서쪽으로 지는 광경을 다 보지 못했다. 오늘 낮엔 손님맞이하느라, 청소하고 밥 짓느라 몸이 노곤하여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잠들고 말았다. 눈을 떠 보니 22시 12분. 내 집에 온 손님을 찾듯 잠결에 뒤뜰로 나가보았다. 초승달이 있던 자리는 물결, 아니 바람결 하나 없이 고요하다. 그대로 텅 빈 까만 하늘의 빈자리, 내 집에 든 손을 배웅치 못한 듯, 아쉬움이 휑하니 남는다. 내가 잠든 사이 온통 까만 하늘에서별은 더 많이 돋아나있었다. 총총히 돋은 큰 별과 작은 별 사이에 금가루를 흩뿌린 듯, 아주 세미한 입자의 별마을이 보였다. 지금 지붕 위 별들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히 반짝거린다. 지상엔 이름 모를 풀벌레 한 마리만중간음으로 소르릇소르릇울어재낀다.내가 뒤뜰로 난 깜깜한 베란다에 앉아서이 글을 톡톡 치는 동안, 밤이 점점 깊숙해진다. 그 시간 속으로 별들이 시나브로돋아나고풀벌레합창소리 소곤소곤대는 별만큼 많아졌다.
오밤중 인간의 노래는 소음이다.
어디서 간간히 개 짖는 소리, 사람의 음악소리, 새소리, 그리고 청개구리울음소리 들린다.사람이 켜 둔 한밤중의 저음악은 좀 꺼주면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풀벌레 소리점점 더 돋아난다. 내 귀가 몽롱해진다. 산산한 바람이 스치듯기분 좋은 몽롱함이다. 풀벌레는 소곤대는 별소리와 어울려 리듬을 탄다.우주가 온통 까만 이유는, 하늘과 지상을 온전히 이어서 내게 별들의 음성을 명징하게 들려주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