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이 좋다. 어제아침만 해도 찌는 듯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번엔 전기세가 얼마나 나오려나 하다가, 에이, 이러다 더위 먹어 두통 오면 오히려 손해야. 내 몸 하나망가지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고생바가지 덮어쓰는 겨, 하며 에어컨을 틀었다.어젯밤도 그랬다.
오늘 아침 날씨는 나처럼 기분이 나이스한 지바람이 산산하다. 폰에서 카메라를 얼른 찾아 흰구름을 찍고, 흰꽃을 찍고 하늘을 담았다.
아, 바람도 찍혔다.
땅바닥에 분명흰꽃 두 송이가 떨어져 있었는데, 찰칵, 하는 사이 그들이 렌즈 바깥으로 달아나버렸다. 바람의 짓이다. 그래, 하늬바람이다. 별안간불어온 바람이꽃을 물고 가 버렸다.
늘 찡찡대는 아이같이 찐득하기만 하던 여름바람은 그걸 못할 터이니, 여름의 찐득댐을툭털어낸하늬바람 바로 너다.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네가 왔구나. 하늬바람, 격하게 환영한다.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으니하늬, 네가 더 반갑다.
꽃을 감춘 건 개구쟁이 너의 장난이었구나. 가을인사였구나. 그래, 어서 와 가을.
찰칵, 사진을 찍는 사이, 추풍이 땅바닥의 꽃두 송이를 납치해갔다. 순식간이었다. 그래도 재미있고 반갑다. 하늬바람, 너의 장난으로 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