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깬 건 라운드밧이었다.
Roundabouts
숙명처럼, 15년 동안 왼쪽 운전대를 잡다가 내 나라바깥, 호주땅에 드니 모든 차량은 오른쪽에다 운전대를 달아놓았다. 그건 생각보다 난해하진 않았다. 내 나라, 안과 남의 나라, 바깥의 확연한 특이점은 '라운드밧'이었다. 내 나라에서 '우회교차로'.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으니 라운드밧 앞에서는 무조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아야 한다. 오른쪽차를 먼저 보내주면 된다. 그러고 나서 좌, 우회전이나 직진, 그리고 유턴을 하면 된다. 방어운전 차, 왼쪽도 슬쩍 살펴야 한다. 자칫, 도로법을 잘못 인지한 초보차주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래 전의 나 같은.
이 나라 운전경력 16년 차인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그러나 낯선 나라에서 처음으로 오른쪽 운전대를 잡은 나는, 라운드밧에 대한 정확한 룰을 몰라서 무모했고, 너무 넓은 라운드밧 앞에서는 무서웠었다.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지경에 있었다. 내 나라에서 직진차가 우선이었기에, 옆도 안 보고 라운드밧에서 쌩, 하고 직진을 했었다. 내 오른쪽 방향에서 오던 차가 빵빵빵, 하고 경적을 울리고 난리가 났었으니 말이지, 하마터면 대형사고 날 뻔했었다.
또 한 번은 거대 라운드밧 앞에서 내 정신이 아득하였다. 마구 달려오는 수많은 차량의 행렬이 모두, 괴물로 보였다. 차를 옴짝 달짝하지 못하고 거의 10분을 주저앉다시피 하고 서있었다. 이번엔 뒤차가 경적을 울리고, 몇 학생들과 함께 탔던 캐럴 영어선생이 가, 가, 고, 고...!! 소리를 질렀었다. 그때부터 캐럴이 붙여준 내 별명은 '더 베스트 드라이버, 벗 낫 라운드밧'이 되었었다. 예전 일이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나라 라운드밧에선 무조건, 오른쪽 차를 먼저 보내주면 됐는데.
* From: qld.gv.au> rules> road
처음 여기 와서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운전면허증을 거듭 갱신하여 사용하였었다. 불편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왜냐하면 운전면허시험에 3회나 낙방했었기 때문이다. 후. 그러다 이나라 도로법이 바뀌었다. 한국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면 이 나라 면허증을 주었다. 호주에서 인정하는 국가만 그게 허용되니, 난 그때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친정 국력은 굳센 힘이다.
일전에 191.80불(한화약 17만 원)을 내고 5년짜리 면허증으로 갱신했다. 그 증으로 장거리 여행 (최대 2,000km 거리)을 했다. 브리즈번에서 시드니, 시드니에서 록햄톤. 그때 고속도로 통행료는 내지 않았다. 아주 가끔 유료 구간이 있는데(아주 단거리다), 내비에서 통행료를 내지 않는 구간을 설정하면 된다.
가끔 왼쪽 운전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