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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May 23. 2023

동그란 마음을 그리다


꽤 자주 그런 일이 있었다.


마음속이 악할 때, 그릇을 깨거나 냉장고에서 꺼내던, 찧어놓은 마늘통이 바닥에 뒤엎어지곤 했다. 악함이란 건 별 게 아니었다. 누군가 내게 불편을 주었을 때, 이해를 못 하게 된 시간과 상황을 지나, 화가 솟구쳐 오르려 용을 쓰던 바로 그 찰나를 의미한다. 그 초읽기의 시간 - 그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과 누군가를 향해 부글부글 거리는 화가, 뒤섞여버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효 순간이다. 어쩜 그 순간에 하늘 번개치는 찰나의 순간인지도.


내 안에서 그런 악한 간이  때영락없이 날벼락을 맞는다. 그릇을 떨어트려 거나 마늘통을 뒤엎지 않으면, 내 발가락이나 이마를 어디 뾰족하고 딴딴한 물체에다 된 통으로 쎄게 들이는다. 그때마다 몹시 아팠다. 울고 싶 만큼 통증은 드셌다. 내 마음 밖의 온순한 우주가 내 안의 악한 우주를 받아주지 않아서다. 안과 내 바깥의 리듬이 안 맞아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땐 보름달을 생각한다.


처음부터 보름달을 생각할 정도로 인품이 던 건 아니다. 내 악한 속마음이 마음 바깥 것들과 불화됨을 자주 목격하고, 겪어본 후 대안으로 떠올리게 된 거다. 래서 마음을 둥글게 먹기 시작한 거다. 가만히 보면 보름달도 처음부터 둥글었던 건 아니었다. 건들리기만 해도 누군가를 찌를 듯 뾰족한 물체, 보름달이 되기 전 양쪽 끝에 있었다. 하지만 그 뾰족함 속으로 무언가를 담아보려고 애쓴 흔적을 보여주었다. 배. 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온전한 보름달이 된 거다. 뾰족한 마음이 보름달을 향해 있었던 게다.


처음엔 쪽배라도 되려고 애를 썼다. 외연을 둥글게 다듬으려는 의지의 방향성이 있어, 초승부터 그믐까지, 달은 쓸모 있는 그, 둥근 테두리를 버리지 못한다. 악한 마음속에도, 그 둥그스름한 달의 방향성이 남아 있다면, 언젠가 달이 그하듯, 사람의 마음도 둥글게 둥글게 인생을 굴러가게 될 터, 난 오늘도 노력한다. 동그랗게 살아보려 한다. 그건 온전히 나를 위해 그런 거다. 무엇을 쏟거나 어디에 부딪치지 않기 위하여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안이 동그랗게 되어간다는 건, 그건, 참 감사한 일이다.


바닷가 자갈밭을 찾아간다.

4만 년 전 화산으로 이루어진 이곳엔 동그스럼한 자갈이 많다. 뾰족했을 그것들을 억겁의 시간이, 바람과 햇빛과 물이 쓰다듬어 유연한 곡선으로 다듬어 놓고 있다. 보름달만큼 아주, 원주의 길이가 온전한 동그라미가 되진 못했어도, 온전히 부드러운 선을 만들어가는 게, 어디 단순한 일인가. 바람과 햇빛은 밤낮으로 끊임없이 노력했다.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한결같이 노력하는 모습은 온전한 원주의 반경, 보름달만큼 아름답다. 위대하다.


햇빛과 바람과 물이 공존하는 자갈밭에 앉아보면 각자의 모습으로 노력던 모습들에 반한다. 총각의 돌들은 바람 햇빛 물의 힘을 빌려 오랫동안 반질반질하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돌에 앉아 돌을 하나하나 손바닥에 올려본다. 단 하나의 돌처럼 모두 단단한 돌이면서,  한결같이 부드러운 결을 지녔다. 여기 해변에는 모난 돌이 하나도 없다. 생긴 건 나름대로 다, 이전엔 이 돌들도 한 성깔머릴 고 있은 듯하, 현재 나의 모습이 반추다. 희망이 된다. 언젠간 아직 뾰족한 총각의 시간도, 이렇게 부드러운 선으로 다듬어질 수 있으리라, 하고.


수많은 별처럼 다양함 속 자갈 한 알은
내 미래의 모습을 닮았다.
아마도 보름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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