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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May 20. 2023

그녀들은 왜 과도한 오지라퍼가 되었을까

- 영어교실에서


두 그녀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반에서 영어 스피킹을  잘한다는 거다. 첫 번째 그녀는 자기 나라에서 호주 오너를 만나 여비서로 일하다 결혼하여 같이 살고 있었다. 영어나라에서 20년을 한결같이 영어로만 말해왔으니 나하고는, 아니 다른 룸매이트와는 클라쓰가 달랐다. 스닝과  잘했다. 지만 발음은 내가 서울 근처에 살았어도 경상도 억양을 못 버리듯, 자기 나라 억양이 바탕에 깔려있으니 우리의 수준과 오십보백보였다.


그런 그녀는 오지랖이 아주 넓었다. 처음엔 그녀가 봉사정신이 투철할 줄 알고, 난 그녀의 담대한 도전성과 적극성에 감사까지 하며 그녀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맹점이 지나친 오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오지랖은 자기의 명석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며, 클라쓰 매이트와 티쳐를 좌지우지하려는 의지가 불타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가령 그룹을 지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그녀는 그룹 구성원이 실수를 하면, 왜 그렇게 하냐며 한 개인을 윽박지르며 위협할 때도 있었다. 그녀의 개인적인 승부욕은 그룹과 그룹 사이에서 승리를 도모하기 바빴다. 검은 동자에서 불꽃이 일었다. 우리 그룹이 이겨야 해, 하면서 타 그룹을 날카로운 실눈으로 견제하며 소그룹 팀원들한테 늘 쏙닥쏙닥거렸다.


수업 중 누군가 선생님한테 질문을 할 때도 그녀가 먼저 타나 서서 할 때도 있었다. 또한 선생이 설명을 했는데도 클리셰한 꼬리표처럼, 추가로 자기 방식의 이야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한두 번은 참겠는데, 한 주에 이틀을 아침부터 오후 두 시까지 갖는 수업에서 지속적으로 지속되니까, 학생들은 슬금슬금 그녀를 피해 멀리하게 되거나, 아예 수업에 나오지 않는 룸 매이트가 더러 생겨났다. 하지만 그녀는 민폐가 되는, 그런 자신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품을 물고 스피킹 하는 데만 눈이 멀어, 자기 눈에 티끌을 알아보지 못했다.


갈수록 오지랖이 넘쳤다.


이번에 1년 후에 돌아간 영어교실에서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이었다.  대신 그녀 1과 성질머리가 똑 닮은 그녀 2가 버티고 있었다. 출신 나라는 서로 달랐으나, 영어를 다른 학우보다 좀 더 잘하는 게 매우 유사했다. 나이는 공교롭게도 두 여인 다 40대 초반이었다. 누군가 답을 맞혀보려고 가까이 가면, 왜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려고 드냐고 막무가내로 나무랐다. 자기도 영어권 나라 발음이 아님에도, 상대의 영어발음이 자기 귀가 인식하지 못할 땐 우처럼 생긴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 서슴없이 곁의 다른 학우한테 통역을 해달라고 도움 아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에는 자기 나라에서 온 남의 남편과 자기 나라 말로 떠들어 대었다. 제를 일찌감치 다 해치웠다는 표시를 그렇게 자랑하듯 하고 있었다. 연히 귀에 어오지 않는 그녀 나라스피킹은, 부연 먼지가 되어 공중에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잘 난 체 해봤자, 자기도 우리도 다 같이 세컨드 랭귀지를 배우는 동일한 그라운드에 있음을, 오직 그녀  모르중이다.

 

 무례한 스피킹, 설익은 스피릿이
자주 기우뚱거린다.



며칠 안 그녀 둘을 두고 생각을 많이 해보다. 그녀 둘은 다 영어구사하는 말을 보다 하면서, 마음의 눈이 게 되었다. 남보다 좀 더 뛰어나다 보니 내의 의범절이 갈피를 잘 못 잡아 콩 튀듯 팥 튀듯 유별나게  있었다. 녀들이 아닌 룸 매이트들이 먼저 그 쓴 맛을 맛보 가끔, 영어교실의 수업 리듬이 쿨럭, 하고 멎다. 교실에 찬물을 끼얹은 듯 싸해지고 학우들 이마에 주름주름주름 다.


행여 다른 분야에서라도 자기를 앞에 내세우려는 그런 가당찮은 모습은,  자기를 깎아먹는 것임을  그녀들을 통해 깨치게 되었다. 자기 위안일까. 한편으론 매사에 부족한 나 또한 그러지 않으라는 법은 없을 터, 내 영어가 이 클라쓰에서 우두머리가 아니기에 마나 다행. 


하마터면 나도 글로벌 미운오리가
될 뻔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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