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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n 21. 2023

복권보다 더 좋은 일

- 잃어버릴 뻔 한 목걸이를 찾았으니


나에겐 아끼는 목걸이가 있다.




 실처럼 아주 가느다란 18k 금빛 목걸이다. 정 가운데에 잔잔한 큐빅으로 된 다섯 개의 꽃잎이 붙어 있어 앙증맞고 착용하기도 간편하다. 별빛인 양 숨은 듯 반짝이는 이 목걸이는, 요즘도 가끔 호주 여인들이 이쁘다 칭찬을 하기도 한다. 요 작은 걸 난, 외출 때마다 시계처럼 반지처럼 늘 착용한다.


이번 여행지에도 그랬다.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떠날 때 난, 자동차의 키처럼 내 목에 걸 목걸이를 찾았다. 브리즈번 북쪽 한인마트에서 쇼핑 할 때도, 스타벅스에서 라테를 마실 때도 난 조그마하게 반짝이는 목걸이를 고 다녔다. 너무 가늘고 작고 가벼워서 가끔은, 손가락으로 목을 어루만 목걸이의 존재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목걸이는, 가늘게 여린 몸짓으로 내 목을 반짝이며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먼저 목걸이부터 풀어서 여행용 반지박스에다 넣는다. 제 존재증명을 위하여 가끔 투정 부리듯, 실처럼 가는 줄이 엉키면 큰일이니, 지레 겁을 먹고 어린아이 달래듯 줄을 순리대로 잘 끼워 넣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산책 때도, 사우스뱅크 아트센터 관람 때도 착용을 했더랬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일이 꼬여버리는 날이 있듯이, 제 아무리 노력을 거듭해도 줄이 엉켜버리는 날이 있다.


평소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한 번 화내면 더 무섭듯이, 이 가늘고 가는 목걸이 줄이 한 번 엉켜버리면 엉킴을 풀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시력도 떨어지고 손도 미세하게 떨리는 난 아예 풀기를 포기한다. 이놈이 단 한 번, 살짝 엉켜버렸으나, 지어놓은 매듭이 눈곱보다 더 세미해서 인수분해보다 해독하기 난해해져 버린다. 그때마다 난 딸에게 슬그머니 밀어준다. 번에도 그랬다.


이번엔 딸도
세미한 매듭을 풀지 못했다.


 올 길이 바빠서, 내가 아끼던 그 목걸이를 휴지에다 돌돌 싸서 여행가방 포켓에다 쏙 집어넣었다. 딸에게 말했다. 나중에 내가 잊어버리면 여기 있다고 알려주라, 고. 여행에서 집에 돌아오니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세탁할 겨울 옷도 봉분처럼 봉긋이 쌓였다. 사흘 굶은 꽃들에게 물도 주어야 했다. 여행지에서도 여전히 콕콕콕 쑤시던 잇몸 수술 부위가, 한결같이 아팠다. 그 와중에 난, 여행가방을 가볍게 비워서 제 자리에 착착 넣어두었다. 마음보다 몸이 알아서 재바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어쩌나.


여행지에서 돌아온 사흘째인 오늘, 쇼핑을 안 나갈 수가 없으니. 냉장고가 운동장처럼 앞뒤좌우가 환하게 비어있었으니. 뭔가 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계란, 두부, 양파, 파... , 아픈 나는 죽만 먹고 있더라도 그래도, 오늘부터 일을 나간 식솔에게도 죽을 먹으랄 수는 없다. 그런데, 냉장고가 안 비워져 있었으면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애장품 목걸이를 걸려고, 목걸이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여행가방, 핸드백, 온갖 옷들의 주머니 들들들... , 을 이 잡듯 뒤졌다!


아, 어쩌나. 놈이 었다. 눈곱만 한 매듭으로 엉켜버려 풀지 못한 채, 하얀 휴지 속에다 돌돌 말아왔었는데. 고놈이 사라지다니. 별안간 아픈 이빨이 머리까지 지끈지끈 들쑤셨다. 그 와중에도 난 목걸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유 레카! 최후수단으로 쓰레기통을 뒤졌다. 휴지통에서 내 귀한 목걸이를 싼  휴지가 나왔다. 복에 없는 복권을 탄들 이만큼 반가울까. 난 목걸이를 내 두 손바닥으로 꼭 껴안았다.


휴지통에서 나온 목걸이가 방그레 웃었다. 이 참에 복권을 사 볼까, 말까. 아, 복권 살 줄 모르는데. 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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