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켙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한 물품이다. 두 가지 상품대금이58,100원이었다. 그에 비해 시골 우체국에서 보내준 국제 우편요금은 70,470원이니, 이를 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한다.3.12일 날 대금을 지불하고 24일 날 받았으니, 12일 만에 태평양을 건너 내게로 왔다.포스트 팬데믹이 되어, 배송이몇 곱절 더 빨라졌으니 얼마나 더 기쁘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2007년부터 매년 한두 번 가던 한국엘못 간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물론 팬데믹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을 타국에 꼭 갇혀 지냈으니, 내 안에 이젠 노스탤지어같은 건 없어진 줄 알았다. 있더라도,내 몸에 잠시 머무는 향기 나는 향수처럼,아주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휘발성의 단어가 된 줄 알았다. 시나브로 이국이 이국인 줄 모르고, 여기서 만나는 백인들 사이에서 더불어 생활하는 방식에 젖어 살고 있었으니.
그러다 한국 식료품이 필요하면 가까운 한인마트에 달려가서 구입하면 되고, 한국요리 또한 주부36단 실력으로 뚝딱쿡해 먹거나, 가끔은 한국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면 되었다. 이제 노스탤지어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담배연기 같은 거라 생각했었다. 오래 한국에 못 가 불편하거나 애절한 감성은 칼칼하던 젊은 시절에나 하던,사치의 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요즘에 와서 부쩍 그랬다.
여기서도 오뚜* 참기름을 살 수 있고, 한국발 마스크 팩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엔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이상한 바람이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내가 태어나고 자라서 중년까지 살아오던, 나의 고국 한국을 직접 갖고 싶었다. 한국의 지마켙에서손수,오더 한 걸 직통으로, 받아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받은 물건에서 풍기는 냄새는 뭔가 색다를 것 같았다. 내 고국의 진한 풍취가 물씬 풍겨 나올 것만 같았다. 배송료를 물건값보다 더 얹어주고서라도, 꼭 그러고 싶었다.
통장에 사용가능 한 한국돈이 두둑하지는 않았다. 수많은 한국발 물품 중, 금액을 고려하여 고르고 골라야 했다. 그중 오뚜*참기름과 마스크 팩이 간택되었다. 우리 식탁의 한국고유향기 나는고소한 참기름, 그리고 1개월치가 한 통에 들어있어 얼굴팩을 하기에 부담 없이 붙일 수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얼굴팩을 오더 했다.이국의 강렬한 여름 태양에 그을린 얼굴에다 내 고국, 한국산 팩을 붙이고 싶었다.
우체국을 이용하니 해외배송이 빠르고 편리했다.
난 지마켙에서 주문한 물건들을한가한 시골 우체국으로 부쳤다. 그 우체국은 나를 카톡친구로 연결한다. 해외배송에 대한 안내문을 보내준다. 내가 온라인으로 사 모은 물품이 모두 다 그 우체국으로 도착하면, 무게를 달아서 사진까지 보여준다. 3.2 킬로그램이었다. 내가 국제 우편료를 송금하면, 내가 사는 해외로 부쳐준다. 시골우체국이 도시보다 한가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거란다. 믿음도 가고 편리했다.
그렇게 해서 난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발 물품을 직접 받아 들었다. 내가 고르고 골라 뽑힌 오뚜*참기름과 마스크팩은, 지금 내게 한국의 전부이다. 몇 년 동안 꽉 막혀있던 비행길이 뚫려서일까. 아직 꿈만 같다. 내 조국 대한민국을 통째로 받아 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팬데믹 기간에 나의 노스탤지어는 일단 보류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비행길이 뚫리니 내 나라 모든 것이 그냥,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