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는 일은 뭔가.
뜨개질을 하기 위해 실타래를 푼다. 어떤 편물을 뜰까, 설레는 마음으로 실을 푼다. 뜨개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긴 실을 풀어야 한다.
잘못 뜬 뜨개질을 발견했을 때도 실을 푼다. 풀고 다시 떠야 꿈꾼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실이 엉키거나, 코 자리를 잘못 잡았거나, 한 코라도 빠뜨린 게 발견되면, 실을 풀어 그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뜨개질을 시작하여야 한다. 털실을 푸는 일은, 꿈의 출발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오늘 새벽에 감긴 실을 풀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실을 푸는 것과 인생을 푸는 것과는 많이 닮아있었다.
뜨는 일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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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인생의 실타래를 풀어 삶을 뜨개질하고 있었다. 물론 색색으로 밝은 색도 있었지만 나의 삶의 색깔은 자주 어두웠다. 내 삶의 뜨개질 솜씨는 지극히 촘촘했다. 내 젊은 날 삶의 뜨개질은 긴장된 나를 닮았었다. 나의 편물들 거개가 딱딱했다.
느슨하고 폭신한 날보다 메마른 나무껍질 같은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폭신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메마르다고 나쁜 것만도 아니다. 꿈을 뜨개질하는 그 자체로써 우린 다 축복받은 고귀한 생명인 것이다. 털실을 뜨는 일은,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오늘도 내일도 우린, 각자 주어진 시간 속에서 삶을 뜨개질한다.
나의 뜨개질은 이제,
이전보다 더 느슨하고 포근한
편물이 될 것 같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뜨개질에 손을 건다.
한줄한줄 실을 풀어서
한코한코씩 실을 뜬다.
실은 제 표면적을 넓혀
점점 폭신해지는
편물이 된다.
이불이된다.
이불 없는 사람을 위해 이불을 뜨는 일은, 내 삶을 따뜻하게 뎁혀가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