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23년도에 뜨개질 한 편물들을 다시찾아보았답니다. 마치 한 해를 보내면서 뜨개질끼리 친목도모하듯, 한자리에 모아 모아 보았습니다. 여러 사람의미팅이 그러하듯, 더러는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하고 결석한 편물도 있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편물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색상조합이 많이 아쉬운 편물도 있습니다.
공통분모라면,
저라는 사람의 손끝에서 함께 긴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스며들듯정성을 들인 거네요.몸이 아프시거나 추위에 떨고 계셨던 미지의 어느 분에게 닿아서, 따스한 이불이거나 모자이거나 파우치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녹아있네요.
뜨개질을 하면서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뜨개질과 더불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네요.
그러니 뜨개질을 하는 동안에,나 자신을 위하여 영어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따스하였고, 때로는 드라마의 스토리에 먹먹했고, 주인공들이 너무 웃겨서 털실을 손가락에 걸고서 뜨개질과 함께,마구 웃음보를 터트린 일도 있었네요.
올 한 해 동안 털실 한 올 한 올에 건저의 시간들또한뜨개질처럼,씨실과 날실의 서사로 직조되어 있네요. 아, 그러고 보니 오랜 시간 저와 같이 시간을 보내준 뜨개질에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정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