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Software Testing Qualifications Board의 약자로, 국제 소프트웨어 테스팅 자격 협회이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 자격증들을 제공하며, Foundation, Advanced, Expert 레벨들과 Core, Agile, Specialist 스트림으로 나뉘어있다. 보통 기본 Foundation Level (FL)를 주로 취득하며, Advanced Level Test Manager를 취득하는 사람들도 있다. 꽤나 비용이 든다.
해외 QA 또는 테스트 직군 관련 채용을 보면, ISTQB가 필수인 곳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대부분은 추천을 한다 하지만 50% 정도에 불과하다. 왜일까? 해외 QA나 테스팅 커뮤니티에서는 굉장히 오랫동안 ISTQB 자격증에 대한 토론이 이어져 왔으며, 어느 정도 무언의 합의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ISTQB의 FL은 이제 막 입문 한 신입, 또는 계획 중인 테스터나 QA에게 매우 좋은 시작점을 제공해준다. 단순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시작점이 아닌, 업무를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ISTQB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전문 용어들과 뜻을 달달 외우는 시험이다. 사실 이것들은, 이제는 구글에서 검색해서 쉽게 공부하고 배울 수도 있고, 이미 QA 또는 테스터라면 업무를 하며 직접 배워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3-4년 차의 QA나 테스터가 그제야 ISTQB 자격증을 준비하여 취득하려 한다면, 그 돈으로 한우나 잔뜩 사 먹으라고 추천한다. 이미 그 정도 경력으로 ISTQB FL 정도의 기본적 지식은 있다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자세하고 확실한 능력은 인터뷰를 통해 검증될 것이다.
이 때문에 ISTQB 자격증을 필수로 요구하는, 인터뷰에서 전문 용어의 뜻이나 물어보는 회사에 대한 반박 또한 생겼다. 계속해서 변해가고 빨라지는 개발 환경에서, 틀에 박힌 방식의 테스트만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물론 그것을 선호하는 회사도, 아닌 회사도 있고, 그러한 QA나 테스터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다수의 경력직 QA나 테스터들은 자격증 내에 있는 내용의 틀에 박혀있는 것은 현식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이직 시 ISTQB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를 원하는 회사들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ISTQB가 요구사항에서 추천사항으로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애자일 방법론이 회사들에 제대로 도입되면서, 테스팅 부분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야 했고, 그만큼 어떠한 일정 틀과 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은 적합하지 않은 일도 생겨났다. 회사들 입장에선 이러한 사람들 걸러내야 했기에, 채용공고에 ISTQB를 아예 포함하지 않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유독 많이들 경력직 채용에도 ISTQB 또는 비슷한 자격증인 CSTS를 요구한다. 아무래도 이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팅이라는 전공도 없고,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에서 테스팅에 대해 배우는 양도 적을 뿐 아니라, 인증된 다른 코스 또한 따로 없다보니 자격증이 유일한 척도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ISTQB나 CSTS 자격증에 대한 언급이 없는 채용공고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애자일 방법론의 도입과 문화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사실상 경력직도 이직을 하고 싶다면 ISTQB가 필수가 되어버렸다. 매니저급 채용엔 ISTQB Test Manager를 요구하는 회사들도 있다. 해외에서 이런 채용공고는 사실상 이제는 찾을 수가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그에 따른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QA도, 테스팅도 틀을 깨고 발전하고 있다. ISTQB 자격증이 이러한 틀을 깨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인재의 기본을 자격증으로 찾기 보단, 스스로 얘기해보고 판단하고 검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 같다.
자격증은 내 능력을 검증해주는, 혹은 지식을 쌓는 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검증이 유용한 때는 구직 또는 이직할 때 아닐까 싶다. 나는 비전공자로 일을 시작해서, 1년 차 때 ISTQB FL을 공부하여 취득했다. 아무 지식이 없는 시작단계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는 추천한다. 하지만 나도 3-4년 정도 지난 후론, 내용이 1도 기억나지 않지만, 필요한 부분들은 이미 잘 파악하여 익숙해졌고, 기술적 능력을 계속해서 키워가며 일을 잘하고 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ISTQB Test Manager 자격증을 요구한다면, 회사에서 기꺼이 모든 비용을 대주겠다면 공부하여 취득해 볼 의향은 있다. 하지만 구직 시 이걸 필수로 요구하고, 입사 조건에도 포함한다면, 나는 그 틀에 박힌 회사는 입사하지 않을 것이다. 내 능력을 인터뷰를 통한 실무적 검증이 아닌 그런 틀에 판단하는 것이라면, 나 또한 변화에 대한 발전이 더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내의 문화는 사실상 빠르게 바뀌긴 어렵다고 생각된다.
ISTQB를 개인적으로 취득하긴 비용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 처음 진입하는 사람에게는 현재로서는 구직을 위한 좋은 투자이다. 하지만 항상 생각이 든다. 이 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