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보며~~
아차산에서 한강을 보다
서울 동쪽 끝자락, 아차산의 등자락에 발을 디딘다. 이름처럼 아차, 하고 숨이 차오르지만, 그 숨결 속에 고요한 위로가 스며든다. 가파르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숲이 터주듯 나를 품는다.
잎새 사이로 바람이 지난다. 지난날들이 조용히 스쳐간다. 어린 시절 소풍을 와서 오르다 지쳐 돌아섰던 기억, 어느 봄날 사랑을 속삭이던 젊은 날의 웃음,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이 길을 오르고 있다.
정상 가까이, 나무들 사이로 반짝이는 물빛이 보인다.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자 탁 트인 시야 너머로 한강이 흐른다. 아차산의 품에서 내려다본 한강은, 도시의 소란도, 사람의 욕심도 품은 채 그저 조용히 흐르고 있다. 하늘은 강을 닮고, 강은 하늘을 비춘다.
이 강을 따라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인연이 스쳤을 것이다. 백제의 병사들이 성을 쌓고 나라를 지키려던 그날에도, 조선의 선비가 벼슬길을 바라보며 걸었던 그 길 위에도 이 강은 있었으리라. 변한 것은 세월이고, 남은 것은 흐름이다.
나는 한참을 강을 바라본다. 멈춰 선 시간 속에서, 나도 흐른다. 고민도, 아픔도, 다짐도 이 강물 속에 실려간다. 아차산의 바람은 어깨를 다독이고, 한강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 순간, 내가 서울에 산다는 것이 조금은 따뜻해졌다.
아차산에서 내려오며 나는 문득 깨닫는다. 가끔은 이렇게, 도시를 내려다보며 삶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흐르듯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