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 위에 남겨진 이름, 학생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다시 배움의 자리에 선다

by 홍승표 승우담

제사상을 마주하며

제사를 지낼 때면

조심스럽게 지방을 적는다.

붓끝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은

늘 이름 앞에 서는 때다.

관직이 있었던 조상은 관직명을 쓰고,

그렇지 않은 조상에게는

어김없이 같은 두 글자를 쓴다.


학생.


처음에는 그 말이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한평생을 성실히 살아오신 분에게

왜 하필 학생일까.


학생이라는 이름의 무게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두 글자가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유교에서 학생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아니다.

그것은 배우는 사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를 뜻한다.

공자는 인간을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사람은 평생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다듬어 가는 존재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직함도,

그 어떤 명예도 내려놓고

다시 배움의 자리로 돌아간다.


죽음 앞의 겸손

제례는 고인을 신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자리로 데려온다.

왕이었어도,

벼슬이 높았어도,

삶이 화려했어도

마지막에 남는 이름은 단순하다.


학생부군신위.


그것은

“나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는

조용한 고백이며,

동시에

“그래도 배우는 길 위에 있었다”는

가장 깊은 존엄이다.


제사는 산 사람을 위한 가르침

제사는 고인을 위한 의식이지만

사실은 산 사람을 향한 예식이다.

지방에 적힌 학생이라는 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 또한 평생 배우다 떠났다.

너희도 삶이 끝날 때까지

배움을 놓지 말아라.”

그래서 제사는

슬픔만 남기는 자리가 아니라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오늘, 나의 이름을 떠올리다

제사를 마치고

지방을 태우며 문득 생각한다.

언젠가

나의 이름 앞에도

학생이라는 두 글자가 적히겠지.

그때 나는

부끄럽지 않은 학생이었을까.

끝까지 배우려 애쓴 사람이었을까.


남겨진 이름 하나

제사상 위에 남겨진 이름, 학생.

그것은 낮은 호칭이 아니라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부르는

유교의 마지막 배려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이름 앞에서

고개를 조금 숙인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