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난 딸과 남은 아들에게
새벽 공항에서 딸을 보내고 돌아오던 날,
집은 조용했다.
캐리어가 사라진 자리,
불 꺼진 방,
식탁 위에 그대로 놓인 컵 하나.
한 아이는 바다 건너 중국으로 떠났고
한 아이는 책상 앞에 앉아
입시 문제집을 넘기고 있다.
집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계절이 흐른다.
딸은 지금
상하이의 낯선 거리 위를 걷고 있을 것이다.
처음 듣는 억양, 처음 보는 표정들 사이에서
혼자서 하루를 버텨내고 있겠지.
아들은 방 안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붙들고
숫자와 글자 속에서 씨름하고 있다.
괜히 예민해지고,
말수도 줄어든 채로.
나는 그 사이에 서 있다.
보내는 마음과
지켜보는 마음 사이에서.
아버지가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다.
딸아,
타국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외로움이 밀려오는 밤에
괜히 강한 척 버티지 말고
네 마음을 네가 먼저 안아주기를.
아들아,
결과에 너를 걸지 않기를 바란다.
점수 하나로
스스로의 가치를 재지 않기를.
지금의 시간이
너를 증명하는 전부는 아니라는 걸
잊지 않기를.
나는 안다.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경쟁은 쉽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는 걸.
그래서 더 바란다.
잘해주길 바란다.
서로에게.
부모에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지만 무엇보다
너 자신에게.
아버지도 완벽하지 않았다.
걱정이 많아 잔소리가 되었고,
사랑이 서툴러 말이 거칠어진 날도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너희는
아버지 삶의 가장 단단한 이유다.
딸이 멀리 있어도
아들은 방문을 닫고 있어도
이 집의 중심은 여전히 너희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오늘을 돌아보는 날이 오겠지.
그때
“그래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아버지의 바람은 다 이루어진 것이다.
딸아,
아들아,
잘해주길 바란다.
세상보다 먼저,
너 자신에게.
그리고 기억해라.
어디에 있든, 어떤 결과 앞에 서 있든
아버지는 늘
너희 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