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랑 나랑

별에게 사랑을 묻다

by 한상림

별에게 사랑을 묻다


한상림


이 별에서 저 별까지 눈빛 오가는 거리

그 사이에서 너와 내가 만난다면

천 만도로 달궈질 수 있지 않겠나

새로운 원시별로 태어나

몇 억 광년 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별들이 걸어온 그 길 따라갈 수 있다면

가는 길목마다 나는 사랑이라 써 놓겠다

한때 젊고 패기 넘치던 뜨거운 별이

푸르게 푸르게 내게 다가왔을 때

겁 없이 따라나선 그 길에서 자꾸만 길을 잃었고

차가운 별이 스스로 빛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 도도한 눈빛만 쏘아대면서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거부했었다

사랑을 잃고서야 나는 별에게 묻는다

뜨거움과 차가움, 그 안에다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어떤 것이 사랑이라면

시들어가는 눈빛도 한 때 뜨거운 적 있지 않았냐고,

누군가에게 단 하나의 빛이 될 수 있다면

작은 먼지로 우주를 떠돌다

그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아득한 곳에서 반짝이는

가장 환한 별이고 싶다




별은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별빛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구까지 걸어오던 빛이라고 한다,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비록 서로 뜨겁게 사랑하기까지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이미 몇 억겁년을 걸어온 별빛처럼

전생에 맺어진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별 빛 중에서 나만이 바라볼 수 있는 가장 환한 별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 시 즉 연시를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이 시를 써서 발표한 이후로는 가끔 꺼내서

소품 시처럼 읽어본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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