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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랑 나랑

해동

이수익 시인

by 한상림

해동解凍

이수익


겨울바람 칼끝 스친 자리에

싸늘한 얼음조각 박힌 자리에

피는 삭는가 가려움증은 발진처럼 돋아

살을 할퀴는 내 손톱자국의

붉은

생기(生氣)여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너

어둡고 긴 겨울의 늪을 지나며

학대받은 억새풀 모진

그 가슴으로도

찬란한 봄을 맞으리란 것을

믿으며, 기다리며, 지내왔구나

오오 장한 내 육신

오오 장한만큼 슬픈 내 육신

이제 햇빛 따사롭게 날씨 풀리니

눈물밖에 더 날 것 없는 봄날

자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의 체온처럼 대지도 촉각을 세우고 새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수익 시인은 얼어붙은 겨울을 녹아내리고 새봄을 맞이하는 봄날을 <자유>라고 표현했다. 우리 안에 꽁꽁 얼어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얼어붙은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온갖 사건사고로 얼룩져 가고 있는데, 온정의 손길은 자꾸만 메말라 가고 있는 현실이다. '빈익빈 부익부, '라는 표현이 너무도 잘 부합된 지금, 사회는 점점 더 풍요 속의 빈곤으로 황폐하고 있는 거친 숲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소외되고 굶주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작은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과 배려뿐이다. 이 또한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면서 진정성의 자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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