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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Mar 11. 2022

그늘의 공식

자작시

그늘의 공식

    

한상림



봄비가 대지를 두드린다

대지는 뿌리를 두드려 잠 깨우고

뿌리가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면

벚나무가 꽃눈을 뜬다

꽃눈이 허공을 두드리면

허공이 화들짝 놀라 푸른 눈을 치켜뜨고

꽃봉오리도 덩달아 꽃잎을 열어준다

세상의 꽃들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즈음

바람은 어쩌자고 툭툭 심술을 부리는 걸까

떨어지는 꽃잎이 대지를 다시 두드릴 때

꽃 진 자리가 온통 멍투성이다

한 치 오차도 없는 저 따뜻한 두드림으로

이미 우주가 열렸고

태초에 신은 우주 중심에 사람을 세우셨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고 말 것이라는

생성과 소멸이 반복하는 관계

그게 바로 그늘이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그늘이 없다는 것은

슬프고 안타깝다

오늘도 나는 그늘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새벽을 두드린다

새로운 하루가 열렸다

순수문학 계간 문파 문학잡지 올 봄호에 실린  시 <그늘의 공식> 지난해 써 놓은 시다.


1달 전 청탁을 받고 고민하다가 봄에 맞는 시를  골랐다.

이 시 한 편 원고료는 5만 원을 받았다.


계간 문파는 실력있는 시인과 작가들 작품을 선정하여서 싣는다.


표지 사진은 <안도현> 시인 사진이다. <너에게 묻는다> 즉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고 기억하는 시를 쓰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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