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5:20
2015.09.19 아무것도 모르겠다
눈을 떴다. AM 5:20. 알람은 여덟시인데 세시간 일찍 눈을 뜬 셈이다. 세시간은 차라리 다행인데 간혹 삼십분이나 이십분 일찍 눈을 뜨면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다시 자기도 애매한 시간. 이삼십분의 꿀 처럼 달콤한 잠이 하루를 거뜬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일찍 눈을 뜬 날은 늘 하루가 힘들다.
세 시간이나 일찍 눈을 뜬건 술을 많이 마신 탓이다. 알콜과 삼개월만에 조우했다. 자의 반, 타의 반. 다이어트, 다이어트 외치면서 알콜과 잠시 생각 할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술을 마시면 식욕이 오른다. 그런 면에서는 독이다. 어마무시한.
그러나 때때로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이유는 수 만가지 겠지만 적당한 취기의 기분 좋음과 만취 상태의 깊은 수면을 원할 때, 혹은 또 다른 이유로.
편한 이들과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도 서슴없이 가서 농담 따먹기로 밤을 지새웠으나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아깝거나, 혹은 불편하게 되었다. 내 자신이 더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나를 더 다독이는 편이 낫다. 알콜의 잔향에 취하는 것 보다야 생산적이니까. 모르는 사람 보다야 내 얘기 할 수 있는 내 사람이 훨씬 이득 일 테니까. 사람은 남겠지, 아마도. 어찌보면 계산적이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든 걸까, 철이 든 걸까.
새벽의 이 시간에 일어나게 되면 어제의 술자리가 어땠는가 하는 생각 보다는 말캉말캉 해지다 못해 눅눅해진 감성이 나를 안고 있다. 만취 상태에서 전에 만나던 사람이나 혹은 지금의 누군가에게 "뭐해?"라고 연락을 하는 것 보다 더 질척한 감정들. 연락처 목록을 보다가 핸드폰을 껐다.
다시 알람을 맞추고, 잠을 청해야 한다.
다 부질 없어.
연락이 씹히면 씹히는 대로, 연락이 오면 오는 대로 복잡해지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은 없다. 늘 결론은 한결 같다.
그리고 잠이 든 뒤의 상황도 같다.
기승전결 따위 없는 꼬이고 꼬인 이야기 들이 뒤섞였다. 뒤척이다 깬 아침엔 어제의 알콜 대신에 새벽의 그 눅눅함이 남아서 팔 한 쪽이 저릿, 했다. 온 몸이 퉁퉁 불어 있는 탓이다.
일어나 화장을 하면서 새벽의 감성들을 덮었다.
시간은 지나고,
기억은 잊혀진다.
고로 이 감정의 붓기도 빠져 나갈 것이다.
Am 5:20에 시작해서 Am 10:44.
나는 여전히 두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