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Mar 12. 2016

떴다, 그녀

떡방 여자

 


 모델 하우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소위 '떡방'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대체 떡방이 뭐냐 물었더니 복덕방이란다. 그 시스템에 대해 이쪽 일에 잔뼈가 굵은듯한 동생이 길게 설명해 주었으나 나는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찡그린 듯한 미간 주름과 얼굴에서 풍기는 삶의 퍽퍽함, 격한 몸짓과 격앙된 목소리. 어떤 전투에서도 이길수 있을 것 같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전투력의 아우라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쉴새 없이 굴러가는 눈동자 등등. 그들은 삶에 치였겠지만 난 일하는 내내 그들에게 치였다. 그들은 떡메였고 나는 찰지게 무르익어야 하는 찹쌀 즈음이었나.


 유난히 눈길이 가는 여자가 있었다. 떡방이라는 존재를 몰랐을 때 나는 그 여자에게 매번 팜플렛을 건넸다. 프라다. 여자가 입은 두툼한 검은 외투에 붙어있는 상표가 눈에 들어왔다. 여유로울 것 같은 그 이름에 '누구든 건드리기만 해봐.'라는 식의 눈빛과 앙다문 입은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졌다. 유독 눈이 갔던 이유는 101 마리 달마시안 이라는 영화의 마녀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인데 다른 점이라면 그녀는 달마시안 코트 대신 프라다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가 접수대 앞에서 난동을 피워댔다. 물건들을 던지고, 소리 지르고, 욕하는 그녀의 소리는 흡사 교향곡 같이 쉴새 없이 몰아쳐댔다. 정말 정열적인 연주였다.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었으나 그랬다면 난 귀싸대기와 함께 욕을 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그녀의 욕은 거의 무병장수의 비약 같은 수준이었다.


내 사십대와 오십대는 어떨까. 문득 두려워졌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루 살이로 살다보면 이십만원 남짓의 공과금도 벅차다. 그 공과금과 휴대폰 요금, 한 달간 차곡차곡 모은 교통비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도 저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면 드는대로 생기는 내 주름이 부끄럽진 않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퍽퍽함이 아닌 여유로움을 표현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짧은 울산의 생활이 끝났다.


그녀도, 나도 퇴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어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