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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14. 2016

꽃이고 싶다

그러나 동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난장판인 집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걸 다 언제 치우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꼬르륵, 하는 소리가 피로인지, 배고픔인지 구분 되지 않는 신호를 울렸다. 밥을 먹기로 한다.


 편의점 쇼핑을 좋아한다. 편의점을 가면 김밥천국을 갈까, 버거킹을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결정 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2+1' 행사에 눈이 멀어 이런 저런 것들을 사와 난장판이 되어 버린 집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고 있노라니 '식사'라기 보다는 의무감에 먹어 대는 '짬밥' 즈음이 아닌가 싶었다. 누구를 탓하리오. 모두 내가 어지르고 간 것들이다.   널부러진 옷들 틈새에서 잠시 잠을 청했다. 잠시 눈을 떠서 내가 시장 한켠에 널린 동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롱초롱한 눈의 빛깔은 사그라들어 초점을 잃었다. 화장실에 잠깐 들러 거울을 보았다. 생각해 보니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 지우지 않고, 잠시 두기로 했다. 화장을 지운 내 모습까지 더해지면 정말 동태가 될 것 같았다.

 

 늘 꽃이고 싶은데  집에만 오면 동태가 되어 늘어진다. 바다에서 지느러미 흔들며 숨 쉴 때는 꽃이 만개한다. 꽃이 되고 싶은 동태. 지금의 내가 그렇다.

 

 그래서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가보다.

 새벽 한 시, 밤거리로 뛰쳐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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