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Mar 14. 2016

자고 싶다, 격하게

미용실, 목욕탕, 그리고 엄마 점의 공통점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왔다. 다녀오고 집에 돌아 와 몇 시간인가를 정말 곤하게 잤다. 이렇게 잠이 든 것이 얼마만인가.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던 찰나에 동생이 퇴근해 들어 왔다. 스탠딩 에그의 노래를 틀어 놓는다. 아주 크게. 그 덕분에 나는 스멀스멀 좀비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갔다. 슥슥, 별  생각 없이 그리다 보니 글이 덮여진다.


 이상하게 미용실에만 다녀오면 마치 그 약들이 다 내 두뇌로 스며드는 듯 잠이 쏟아진다. 누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잠이 스르륵 오는 것 보단 더 깊고, 마법 같은 수준의 잠이다. 한 두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대는 나에게 미용실을 다녀 온 오후는 꿀이다. 웬만해서는 깨지 않으니까 참 좋다. 누가 음악을 크게 틀어 놓지만 않는다면 방해 받을 일은 없다. 자취생의 특권이다. 언제 자든 일어나든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딱히 오늘과 같은 수면 상태가 미용실이라는 것에 국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목욕탕을 다녀와도 난 깊은 수면 상태가 될 수 있다. 씻으러 가는 목적 보다는 노곤한 몸 상태가 좋아서 가는데 최근 몇 년간은 면역력이 떨어져 환자 상태가 되어 가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발을 다시 들여 놓았다.


 궁금해졌다. 어떻게, 왜 나는 깊은 수면의 세계로 들어 갈 수 있는 걸까.

 

 문득, 엄마의 점이 생각났다. 엄마의 팔에는 사마귀 점 같은 큰 점이 있었는데 난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까끌한 엄마의 팔뚝에 우뚝 솟아있는 그 점을 수 십, 수백번 오르내렸다. 그러다 보면 잠이 들었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잘 수 있었다.


 세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점차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


 다른 이에게 머리를 맡겨놓고 눈을 감고 시간을 보내거나 몸을 씻는다는 전제로 때수건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단순 노동에 집중하거나 숫자를 계산 할 필요 없이 조그만 점을 만지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생각의 뒤켠에 놓여졌던 피로와 잠들이 썰물처럼 밀려 들어온다. 일종의 물갈이인 셈인데 그저 나의 결론일 뿐 어떠한 근거도 없다.


 결국 내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라는 얘기다.


아, 우리 엄마 점 같은 남편을 만나고 싶다.

어라, 무슨 결론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꽃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